독서일상 : 각각의 계절(권여선)

by 로랑쌤



과거를 반추하면 할수록 내게 가장 놀라웠던 건 그 시절의 내가 도무지 내가 아닌 듯 무섭고 가엾고 낯설게 여겨진다는 사실이었다. 오래전 기억 속의 자신은 원래 그렇게 생각되는 법인지 모른다. 내가 손쓸 수 없는 까마득한 시공에서 기이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내가 지금의 나로서는 결코 원한 적 없는 방식으로, 원하기는커녕 가장 두려워해 마지않는 방식으로 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부인할 수도 없지만 믿을 수도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게 놀랍지 않다면 무엇이 놀라울까. 시간이 내 삶에서 나를 이토록 타인처럼. 무력한 관객처럼 만든다는 게.

각각의 계절 단편 중, '기억의 왈츠' /권여선



인생의 한 단면을 돌이켜 보았을 때, 과거의 내 선택이 안타깝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만약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난 여전히 그 시절과 다름없는 선택을 할까? 후회되는 선택,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을 반복적으로 떠올릴 때면 무력함이 들곤 했다. 내 삶이지만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는 과거의 시간들. 가질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는 게 가장 불행한 삶이라던데, 이미 지나와 버린 과거에 미련을 두는 불행한 마음을 왜 택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경험과 인간관계 속에서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순간이 찾아온다. 혹은 과거보다 더욱 험난한 일들을 겪으며, 과거의 나보다 강해지고 단련되기도 한다.

작품 ‘기억의 왈츠’는 한 시절의 나를 이해하고, 그리고 시간의 흐름으로 성장통을 겪은 나를 보듬어주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결코 과거의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타인이 정한 과거의 왈츠의 날 ‘1월 23일’을 주인공이 정한 새로운 왈츠의 날 ‘12월 3일’로 바꾸면서.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다시 둘이 함께 왈츠의 스텝을 밟는 날을 고대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무력한 관객이 아닌 능동적으로 삶을 주관하는 주체성을 가지게 된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각각의 계절 단편, 하늘 높이 아름답게中)”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절망과 희망, 죽음과 삶의 통로를 여러 차례 지나오며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나온 겨울이 있었기에 새로운 봄이 오는 것처럼 각각의 자리에서 수많은 계절을 지나오며, 매번 인생의 새로운 계절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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