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것은

'소신'있게 실천한 진실된 '용기'는 우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by 로랑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이나

소신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은 언제나 당당하고,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용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신'이란 오롯이 자신만이 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공감될 수 있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일관성 있게 적용되는

그런 ‘소신‘ 만이'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학기 말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시기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수행한 과정과 결과를

'세부 능력 특기사항(세특)'에 기록한다.


고3 담임 시절, 한 교과의 세특을 보고,

'소신'있다는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교과 세특의 분량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웬만하면 모든 학생들에게

세특의 정해진 분량을 채워 기록해 주는 게

마치 이 세계의 국률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의 교사가 그렇듯

나 역시 그런 흐름에 따랐다.




그러나,

OO 교과 세특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특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었다.


단순히 세특의 분량이 아닌,

내용에 초점을 둔

지극히 사실적인 세특으로

기존의 흐름에서 조금은 벗어난 시선으로

작성된 교과 세특이었다.


일부 고3담임 선생님들은

분량에 초점을 두어

OO교과 세특이 짧다고 했다.

에둘러 분량을 늘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우리 반 학생들의

OO교과 세특을 들여다보았다.


매 수업, 바른 태도로 참여한 학생들의 세특은

분량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그 아이들의 수행과 태도 측면에서의

과정 전부가 기록되어 있었다.

오히려 정직하게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교과에 비해

세특 분량에 차이는 있었다.

모든 학생에게 주어진 분량을

채워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학생들의 수행 과정과 결과를

정직하고 일관성 있게 기록한

세특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세특은

학생들의 수행 과정을 사실에 기반하여

정직하게 기록해야 한다.


OO교과는 지필고사가 있는 과목이다.

점수가 명확하게 나온다.

만약 지필고사에서

30-40점을 받은 학생이라면,

실제로 수행 과제를 완벽히 해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데도 결과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적는다면,

그건 사실과 다르다.

거짓된 기록이다.


그렇게 기록된 세특은

대학 입시에서 누군가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인생이 바뀔 수 있을 만큼

불리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나는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그리고 약 한 달쯤 뒤,

OO교과의 세특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OO대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연락이 온 것이다.

OO과를 지망한 학생의 세특을 보고,

학생의 OO교과 수행 자료 원문을

팩스로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해당 교과 선생님은

학생의 수행 자료 원문을 대학으로 보냈고,

그 학생은 결국

원하는 학과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만약, 그 당시 세특 내용이 과장되었거나

수행 자료를 발송하지 못했다면

그 학생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진짜 세특'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을 통해

'소신' 있고, 정직한 세특이

입시에 얼마나 중요한지,


학생의 인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내가 쓴 음악 세특을 읽어보았다.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있어 보이게' 쓰려고 애쓴

지극히 분량에 초점을 둔 세특.


외면은 번지르했지만,

내면은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 모습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가짜 이야기가 난무하는 시대,
'있는 그대로 기록'함으로써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건
결국, 교사의 일관성 있는 '소신'에서 비롯된다.

그런 '소신'있는 교사를 보고,
동료와 학생들도
배우고, 성찰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소신'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

그건 '용기'있는 일이다.


그리고 때론,

무작정 현실에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소신'있게 실천한

진실된 '용기'는

우리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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