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스쳐 지나간 줄만 알았던 '보람'의 순간들이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날 테니

by 로랑쌤

초등학교 2학년 조카에게 카톡이 왔다.

“고모 안녕하세요, '직업 있는 사람 인터뷰하기' 숙제가 있는데요,

고모가 인터뷰해 줄 수 있어요?”


조카의 귀여운 메시지에 웃음이 났다.

“그럼, 당연하지! 오늘 시간 괜찮으면 만나자~"


그렇게 나는 '직업 있는 사람 인터뷰하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인터뷰는 세 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질문 1 : 당신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질문 2 :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질문 3 : 이 일을 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어렵지 않은 질문이라 쉽게 답할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답변 1 : 저는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

답변 2 :....... (생각 중) (아직도 생각 중) (정적)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보람이라....'


내가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지?


쓸데없이 '보람상조'만 떠올랐고,

뜬금없이 보람이라는 친구 이름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대답할 시간을 벌기 위해 조카에게 물었다.

“넌 '보람'이 뭔지 알아?"


조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 모른다고 했다.


“보람은 말이야. 네가 무슨 일을 하고 나서

뿌듯하거나 자랑스러운 마음이 드는 거야.

넌 언제 그런 마음이 들었어?”


조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영어 100점 맞았을 때요”

“오~ 정말 대단하다!

영어 100점 맞기 어려운데, 어떻게 그렇게 잘했어?

"매일 저녁에 공부했어요.

원래 영어 진짜 어려웠는데,

100점 맞고 나니까 영어가 재밌어졌어요"


"그래, 그게 바로 '보람'이야.

네가 매일 저녁마다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점수를 딱 맞았잖아.

그리고 그 덕분에 영어가 더 재밌어졌고 말이야.


이렇게 노력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 때,

그걸 '보람 있다'라고 해.


조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비로소 나도

뭔가 있어 보이고, 누구나 듣기 원하는

그럴듯한 답을 생각해 냈다.


답변 2 : 교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입니다.

학생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나, 배운 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고 할 때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조카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보람'이라는 단어가 한참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교사로서 보람을 느꼈을 때가 언제였더라....’


그 질문은 쉽게 잊히지 않았고,

그렇게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꽃이 피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너를 위한 것
울지 말고 그대 이 꽃을 보라
오랜 기다림과 사랑의 흔적을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느낀단다
절망할 필요 없다
또 다른 꿈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꽃도 그대도 바람에 온몸을
내맡겨야 꺾이지 않는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 이겨낸 후에야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널 사랑하기 위해 이 꽃은 피었다.
너도 누군가의 꽃과 별이 돼라
장미는 장미로 바위는 바위로
저리 버티고 있지 않나
모래는 작지 않다 모래는 바위다
너는 작지 않다 너는 세상이다
절망할 필요 없다
또 다른 세상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 울지 말고 그대 이 꽃을 보라, 정호승


그리고

'보람'은

정호승 시인의 문장에 실려

다시 내게로 왔다.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느낀단다
절망할 필요 없다
또 다른 꿈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꽃도 그대도 바람에 온몸을
내맡겨야 꺾이지 않는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 이겨낸 후에야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널 사랑하기 위해 이 꽃은 피었다.


'보람'이라는 단어가 다시 내게 찾아왔을 때,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는 그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질문 : 일할 때,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답변 : 저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수업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노래를 부를 때, 친구들이 재미있게 부르는 노래를 듣고 깔깔 웃을 때, 그 웃음 가득한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치 제가 아이들의 삶 속에 작은 기쁨 하나를 얹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요. 그럴 때 저는 '보람'을 넘어 '행복'을 느낍니다.

또한 어른보다 더 성숙한 마음을 가진 학생을 만날 때도 그렇습니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먼저 돕는 아이를 보면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고, 대견한 마음이 들어요. 저는 그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제 삶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에 '보람'을 느낍니다.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성실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따라온다.


지금 당장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고

절망할 필요 없다.

스쳐 지나간 줄만 알았던 '보람'의 순간들도

결국 다 내게로 돌아와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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