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희들은 나의 '작은 기쁨'이야

'작은 기쁨'이 실은,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었다는 걸

by 로랑쌤

요즘 음악 시간에는 오페라 '카르멘'을 가르친다.

대중음악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오페라를 소개하는 일은 늘 쉽지만은 않다.


오늘은 '카르멘'의 등장인물 중 ‘에스카미요‘가 부르는

'투우사의 노래'를 함께 감상했다.


영상을 틀자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든 아이들이 집중해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이다.

(이런 순간이 놀랍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놀라운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아이들이 오페라를 집중해서 감상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이런 적이 있었던가?'


영상이 끝나자 아이들은 저마다 질문을 쏟아냈다.


"이거 어느 나라 말이에요?"

"에스카미요가 그 투우사 맞죠?"

"이 노래 어디서 많이 들어봤어요!"

따라라 라라- 라라라라- 라-

어떤 아이들은 투우사의 노래의 선율을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하고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바른 자세로 음악을 감상하고

진지하게 질문까지 하다니

참 별일이다. (오래 수업하고 볼 일이다)




며칠 전, 스승의 날에 우리 반 남학생이 준

편지가 떠올랐다.


"선생님, 제가 원래 음악을 싫어했는데요,

중학교 들어와서 음악이 너무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음악 시간이 제일 재밌어요"

"음악 좋아해요."라는 말은 종종 들었지만,

"원래 음악을 싫어했는데 이제 음악이 좋아졌어요"

라는 내용 말은 유독 내 마음에 깊이 닿았다.


다음 날 그 편지를 다시 꺼내 읽었다.

내가 그 아이의 인생에 음악을 좋아하게 된

작은 전환점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아이가 해준 감사의 말 한마디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교직 생활의 기쁨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었다.





오늘의 감동을 시로 남기고 싶었다.

문득 떠오른 이해인 시인의 시 '작은 기쁨'을

'학생'으로 바꿔 읽어보았다.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어울릴까?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를 웃게 하고,

즐거운 마음을 주고,

또한 새롭게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그 '작은 기쁨'이 실은,

나를 진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었다는 걸.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나의 '작은 기쁨'이다.


< 작은 기쁨 >

- 이해인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준
비단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학생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학생들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학생들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학생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학생들이 지어준
비단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오페라 카르멘 | [한글자막]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6 - 비제 오페라 카르멘 (Bizet "Carmen") | 2016.05.20 Seoul Opera Festival


작가의 이전글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