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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임 Apr 17. 2023

말티즈에게 투자한 호구는 한국의 디즈니를 꿈꾼다

영화 리바운드와 넥슨 이야기

눈물자국 없는 말티즈에게 투자한 호구



"윤종신이 임보하고 김은희가 입양한
눈물자국 없는 말티즈, 영화감독 장항준입니다."


장항준 감독의 더없이 유쾌한 자기소갯말이다.

최근 많은 미디어에서 장항준 감독이 종회무진 하고 있다.

그의 신작 영화를 홍보하기 위함이다.


장하준 감독의 신작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부산중앙고가 단 6명의 선수로

전국 농구대회 준우승을 해낸 실화를 다룬

열정 청춘 스포츠 영화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장항준 감독의 '호구 발언'때문이다.


"호구를 만났다. 
영화 사업을 갓 시작한 투자사가 전액 투자했다."


대체 어떤 투자사길래,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했을까?

이 궁금증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끝, 크레딧에 뜬 이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게임회사 '넥슨'이었다.



한국의 디즈니를 꿈꾸는 넥슨



스타트업 씬에서는 넥슨의 창업주 고(故) 김정주 회장은

거의 세종대왕, 이순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성공을 했다는 의미다.

그런 김정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 짜지 않는다는 것이고, 
(아이들은)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디즈니에게 돈을 뜯긴다. 
넥슨은 아직 멀었다. 
누군가는 넥슨을 죽도록 미워한다. 
디즈니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돈을 벌면서도 사랑받는 

디즈니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것이다.


비록 김정주 회장은 영면에 잠들었지만

넥슨은 그 꿈을 계속하고 있다.

글로벌 슈퍼 IP를 보유한 회사

AGBO(어벤져스 시리즈 등 제작사),

반다이남코(건담, 드래곤볼 등 IP 보유사) 등에

대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게임 외에도 과감한 투자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IP 기반의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로는 첫 번째로 나온 결과물이

바로 '리바운드'인 것이다.

넥슨이 갖고 있는 게임과 연관은 없지만

콘텐츠 중에 하나인 영화로 확장해

스토리에 돈을 쓰게 한다는 것이다.

즐겁게 영화를 보고 기꺼이 지갑을 열려는 시도이다.


영화 개봉 후 어제까지 15일.

누적 관객 수는 48만 명, 4월 박스오피스 3위로,

한국 영화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있다.


4월 박스오피스 순위(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23.04.15 기준)



영화계 언더독의 메시지


영화는 부산중앙고 농구부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양현.

냉정히 계산하다가도 다정한 배려가 있는 천기범.

제일 날카로워 보여도 가장 희생적인 배규혁.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는 홍순규와 정강호.

꿋꿋하게 밝아 분위기를 살리는 정진욱.

성실하여 결국 제 몫을 하는 허재윤.


농구라는 것만 지우면

영화 속 인물들이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그래서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



꿈, 열정, 의지, 용기, 희망.

조금은 뻔해서, 쉽지 않아서, 

잊거나 타협했던 지난날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노력한 그들을 통해

인생의 리바운드를 다시 그릴 수 있다.


넥슨의 영화는 이제 시작됐다.

김정주 회장의 말을 빌려 

넥슨이 디즈니에 10분의 1도 안된다면

아직 한국의 디즈니가 되기엔 갈 길이 멀다.

게임이 주력 사업이었던 넥슨이기에

영화계에서는 언더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뜨거운 영화를 본 뒤 생각했다.


어쩌면 넥슨이 첫 번째 영화로

이미 유명한 IP의 콘텐츠가 아닌

'리바운드'에 전액 투자를 결정한 이유가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WE ARE YOUNG


"남은 경기 그리고 남은 인생
느그들이 앞으로 농구를 하면서 먹고 살 건
다른 걸 하면서 먹고 살 건
겁먹지 말고 달려 들어서 다시 잡아내라."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 영화 '리바운드' 중


우리는 불안과 함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 살고 있어도 언제 무너질까 불안하고,

잘 못 살아도 언제 잘될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현듯 떠오른 불확실한 내일에 

불안을 두려워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불안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옷을 챙겨 입고 신발끈을 동여 매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다시 도약할 오늘의 잠재력과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리바운드' 속 인물들처럼.

넥슨의 새로운 도전처럼.

우리 또한 잠재력과 용기를 갖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무언가 해냈던 지난 청춘,

그리고 그걸 다시 해낼 앞으로의 청춘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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