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훔쳐보는 것

그래서 알게 된 은밀한 사실

by 가리영

마트에 가면 필요한 물건 그리고 사야 할 물건을 고르고 찾아보다가 한 번씩 재미 삼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카트 속 물건들을 은근슬쩍 보게 된다.

주로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사는지 무엇을 먹는지

그 사람의 음식 취향이나 물건을 보는 안목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을 엿보게 된다.


나처럼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것을 보는 독특한 관찰력이 다른 이에게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트 안 다양한 사람들의 카트 속 물건을 보는 취미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사람의 얼굴과 머릿결 안색을 함께 본다. 건강한 음식과 신선한 식재료가 담긴 사람은 대체로 얼굴에 화색이 좋고 밝은 미소이다.

유난히 정크푸트와 같이 간편 음식이 많이 담긴 카트를 미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기미가 짙거나 머릿결이 거칠고 체형도 비만인 경우가 많았다.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의 얼굴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나의 은밀한 취미인 카트 훔쳐보기에서 통계적으로 알게 되었다. 통계 분석을 끝낸 나는 가족의 아우성에 과자를 담았다가도 은근슬쩍 몇 개를 다시 돌려놓는다. 결국은 카트 안 결제를 기다리는 물건들이 나의 건강이 되고 가족의 면역력에 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편은 늘 아무거나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도 인정한 부분이 있다.

화학약품을 안 좋아하는 나는 염색약 또한 독한 냄새와 눈을 찌르는 매캐함 때문에 집에 두지 않는 물건 중 하나였다. 결혼을 하고 신혼시절 이상하게 검은색 새치머리 염색약이 집 어딘가 구석에 숨겨진 듯이 놓여있었다.


'이건 뭐지? 왜 자꾸 여기 있는 거야? '


하며 궁금했으나

나도 남편도 쓰지 않는 물건이기에 의아심만 가지고 보던 염색약이었다.


단둘이 지내던 신혼시절 남편에게 야채와 나물을 자주 먹도록 권하고 한식위주의 식단을 차려주었다.


남편은 고기파 가당 음료를 좋아하고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에 길들여져 있어서 내가 해주는 씀 씀 하고 담백한 음식을 억지로 먹는 편이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났을까?

남편이 억지로 먹는 음식을 어느 날

감사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날도 썩 당겨하지 않고 겨우 먹는 편이긴 했지만 말이다.)


"왜 갑자기 감사한 음식이라는 거야?"라고 물으니


" 사실은 내가 머리가 새치가 엄청 많아서 백발 수준이었어. 당신한테 말하면 안 좋아할까 봐 3주에 한 번씩 몰래 염색을 했거든. 근데 당신하고 결혼하고 6개월쯤 되었는데 나 이제 흰머리가 안나. 아니 새치가 다 없어졌어..

당신이 해준 음식이 건강한 음식들인가 봐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그동안 맛없다고 해서 미안"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 한 남편이라 서로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결혼 한 나는 그날 남편의 새치 커밍아웃에 정말?이라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이내 그동안 다 들키게 감춰두었던 염색약을 버렸고 그 뒤로 한 번도 염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자신이 흰머리가 많아 염색을 해야 했는데 아내를 잘 만나서 건강해졌는지 이제는 검은 머리가 났다고 자랑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남편이 나와 결혼을 하고 덜 먹었던 건

매운 음식과 소주 그러니까 술이었다.


(아직도 끊지 못한 과자와 아이스크림 기름진 음식은 여전히 뱃살과 지방간을 보유하고 있지만 말이다.)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 치밀하고 예리하게 분석해 본 결과


남편의 맵고 짜고 술을 좋아하는 음식은

남편의 전 x로부터 온 습관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결혼 후 12년 만에 길을 가다가 남편의 전 x를 스쳐가듯이 보게 되었고, x의 남편은 머리가 백발처럼 새치가 가득했다...


남편은 그걸 보고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며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검은 머리로 회춘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고백을 하였다.


무엇을 먹었느냐 어떻게 먹었느냐가 별 게 아닌 거 같아도 우리의 피부와 머릿결 체력 그리고 감정까지 좌지우지한다.


(나의 식습관은 채식위주다 보니 단백질이 부족해서 주로 기력이 부족하고 머릿결이 풍성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가져오기도 한다. 개선을 위해서 적정량의 단백질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


때로는 나 또한 식단을 신선하고 건강하게 먹는다는 게 귀찮고 성가셔서 나도 고민 없이 먹어봐야지 하며 초코파이라도 하나몇 년 만에 먹어본 날에는 바로 턱 아래에 왕 여드름이 뽕 하고 튀어나와 네가 먹은 음식의 염증반응!이라고 하며 날 놀리곤 한다.


누군가는 예민하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한의사는 염증반응은 몸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이 무감각하게 티 나지 않으면서

이유 없이 피곤하면서 졸리고 체중이 감소하는 것이 가장 나쁜 증상이라고 했다.


몸의 독소가 쌓이지 않기 위해 그리고 건강한 안색과 체력을 갖는 비결은 한 번이라도 더 신선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직접 조리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그 시간은 분명 나의 몸으로 보상을 할 것이며 어디서나 젊고 생기 있으며 건강하다는 말을 듣게 할 것이다.


물론 나도 쉽지 않은 식단관리와 건강관리라

스스로 다짐을 다시 하며 더 잘 지켜나가고 싶어 쓰게 된 글이다.

독특한 취향이네 허허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의 관찰습관일지이지만 당신도 마트에 간다면 지나가는 이의 카트 속 물건과 그 카트를 미는 이의 안색을 살펴보며 통계적인 결과로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인스타나 블로그는 사진보정이 들어가서

진실된 안색을 보기 어려우니 실물관찰을 하기에는 근처 마트가 최적의 장소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매일 건강한 음식을 먹기를

권해본다.



몸은 진실만 말한다.

결국 내가 무엇을 먹었느냐가
내 얼굴이고 내 감정이며
내 마음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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