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200 나의 멜랑꼴리아
버그를 제거해 주세요 119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119를 떠올린다. 근데 그 위험신호를 들여다보면 원인이 있다. 들러붙어 있는 버그들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한숨을 푹푹 쉬며 화만 낸 적이 있다. 그건 그 버그를 제거하지 못해서라는 걸 깨닫지 못했던 터였다. 하지만 알게 된 이상 감사하게 떼어내면 되겠지? 가령 신변을 단순화시키는 것이겠지. 너무 과한 자극이나 인풋을 사양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짐을 줄여야 한다. 또한 요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운동, 휴식,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지 않는 것 등등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갈증이 나를 늘 갈라지게 한다. 그리고 그 틈으로 악의 씨앗이 파고들어 최적의 생육 조건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또 몸과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 다시 우울감이 엄습해 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견고해지는 것이다. 그 고리를 끊는 일은 설국열차에서 내리는 것만큼이나 우리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결국은 내릴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지금 내 삶을 웃으면 누리기 위한 준비들을 잊지 말고 해 내자. 그러기 위해 나는 위험요소를 열심히 제거하고 있다. 나를 갉아먹는 모든 것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