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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ug 27. 2024

121/200 나의 멜랑꼴리아

할 말이 없음에 기뻐하라

할 말이 없다. 쓸 것이 없다. 내게 있어서 축복 같은 말이다. 비로소 마음이 비워진 것이다. 머릿속에 울리는 소음들이 휘발된 것이겠지. 무향 무취의 무위의 상태로 머물 수 있음은 큰 축복이다. 백색 소음조차 없어진 고요를 꿈꾸지만 결코 그럴 수 없었던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을 맞았다.  말이 없을 때 비로소 산에 오르고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할 말에 짓눌려 몸이 무거워질 따름이다. 문득 제주도의 오름의 풍경이 그리워진다.


할 말이 없다는 것은 다시금 말하지만 좋은 것이다. 빈자리가 있어야 의욕이 생기는 법. 인생의 방학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할 말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도화지가 주어지는 한 행복할 수 있다. 할 말이 없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냈다는 뜻이다. 오히려 두려움이 엄습한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면 어쩌지? 내게는 아직 비우지 못한 메모리들이 있는지 한번 더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머릿속을 헤집어본다. 웅크린 말들을 찾아 헤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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