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은 몰랐지
나는 지금 내가 택한 소란스러움 속에 살고 있다. 사실, 택했다고 말하기엔 소란스러움을 예상치는 못 했다. 이리도 소란스러운 일일지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글쎄, 알았다면 어땠을까?
폭풍 전야라는 말이 있다. 폭풍이 오기 전날의 고요함을 의미하는 이 말은 그 고요함 뒤에 찾아올 어마어마한 폭풍이 예상치도 못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나의 일상 곳곳에도 폭풍전야의 그 고요함이 가끔 찾아온다.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하다 보면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질 때가 있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때, 그때가 폭풍전야이다. 불안한 마음은 두 갈래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아이들이 무슨 저리레를 하는가? 보통의 결말은 대부분이 후자다.
어떤 날은 '그래, 엄마 안 찾고 놀아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저 엄마는 치울게.'란 마음이 드는 반면, 어떤 날은 어쩜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다. 나를 찾아온 소란함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내 인생을 구분 짓는 여러 마디가 있겠지만, 그중의 최고의 마디는 출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출산을 통해 아이를 낳는 순간, 나는 다시는 건너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나만 바라보고,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 작은 생명체는 고요한 일상에 소란스러움을 가져왔다. 조용히 앉아있을 틈이 없다. 고요함이 어쩌다 한번 맞는 포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소란스러움은 일상이 되었다.
그럴 줄 몰랐지. 이럴 줄 몰랐지.
지금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소란스러운 일인지. 그러고 보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때 몰랐던 것이, 후에 아주 오랫동안 일상이 소란스러울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소란스러움 뒤에 함께 오는 행복도 함께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그래, 나는 지금 내가 택한 소란스러운 행복 속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