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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팝업스토어 인기로 보는 오프 공간의 변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운영하는 '소플'이란 곳에 팝업스토어와 관련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2023년부터 로컬도슨트 일을 하면서, 로컬 곳곳. 그 중에서 성수를 자주를 다니면서 느낀 것들을 글로 옮겼습니다.


지난 1월 초에 원고를 보냈는데, 2달이 지나 3월18일에 게재가 되었네요.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링크를 타고 가면 수 백개의 댓글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소플은 댓글맛집)

https://sople.me/post/playlist/podcast/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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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인기로 보는 오프라인 공간의 변화


코로나는 많은 것을 흔들고 바꿔 놓았다. 오랫동안 우리를 지탱해 온 것들이 무너진 건 아쉽지만, 그 틈을 타고 새로운 생각과 상상이 만들어진 건 한편 다행이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서울 곳곳에 재미있는 시도와 실험을 하는 곳들이 뜨고 있었고, 나는 그들 이야기가 궁금했다. 자극과 운동이 필요했던 나로선 그들 이야기를 보고 듣고 채집하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2023년, 코로나가 풀리면서 새로운 ‘업’ 하나를 시작했는데, 바로 ‘로컬도슨트’다. 나의 기록을 ‘온라인’으로 지켜본 친구들은 ‘오프’세상의 변화에 놀라며, 반나절 투어를 부탁했다. 마침 봄이었고 맛있는 걸 사준다니 갈 수밖에. 그들과 서울 곳곳을 다녔다. 보통 하루에 한 지역을 집중해 4시간 정도 다녔는데, 마치 놀이동산 온 듯 다들 피곤한 기색 없이 신나 했다. 그들은 이 경험을 회사 동료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며 투어를 상품으로 만들어 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로컬 인사이트 투어’가 만들어졌고, 나는 그걸 기획하고 진행하는 ‘로컬도슨트’가 되었다. 이게 잘 될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대기업 임원을 비롯해 배달의민족 사장님 등 무려 30여팀이 투어를 경험했다. 겨울 들어 주춤하더니 1월이 되니 다시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F&B 대기업 공채 직원들의 트렌드 투어,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글로벌 기업 임원들의 시장 조사 투어, 대학원생들의 로컬문화 탐방 등. 로컬 투어 대상 지역은 성수, 한남, 삼청, 청담 등 다양하지만 그 중 요즘 인기가 높은 곳은 단연 ‘성수’다. 


요즘 성수는 서울에서 최고 힙한 곳으로 손꼽힌다. 연인들의 최고 데이트 코스로 어울리고, 트렌드를 알고 싶은 직장인에게도 성수는 인기다. 최근엔 해외 관광객까지 성수로 모이고 있다. 명동만큼 외국인들이 많다. 그만큼 볼거리, 할 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한때 공장지대였던 이곳이 어떻게 이런 반전을 만들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팝콘처럼 팡팡 터지는 ‘팝업스토어(이하 팝업)’ 역할이 크다. 매주 무수한 팝업이 등장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끌고 있기 때문이다. 팝업은 짧게는 하루부터 길게는 1년까지도 운영되는 일시적인 상점을 뜻한다. 그런 상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성수가 그 유행의 중심에 있다. 


성수 지역을 집중 조명하는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한 주에 보통 30~40개의 팝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팝업의 면면을 보면 다채롭다. 예전 팝업이 마케팅 비용이 많은 대기업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MZ를 타깃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스몰브랜드 할 것 없이 팝업을 운영한다. 그야말로 팝업 전성시대다. 



팝업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코로나가 물러나며 온라인에 머물러야 했던 대중들의 욕망이 오프라인으로 터졌다. 때맞춰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팝업을 통해 그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떻게 오프라인에서 대중과 만나야 할지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 전부터 팝업의 다양한 모델을 실험한 ‘프로젝트 렌트’다. 그들은 성수 곳곳에 공간을 임대해, 그 공간을 팝업이 필요한 브랜드에게 재임대 해주고 있다. 현재 성수에 6개, 이대 앞에 1개 역삼에 1개가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 매거진’이란 컨셉으로 세상과 연결되면 좋을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을 열었다. 팝업을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조명을 받은 평양슈퍼마케트1)과 성수당2)이 그들 작품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 운영하는데, 굳이 팝업을 운영하는 이유가 뭔가요?” 투어 중에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다. 평소 한자리에 오래가는 가게만 보아온 이들에게 당연한 물음이다. 이제까지 기업은 열심히 광고를 하고,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오게 했다. 오프라인은 상품 판매만 충실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어떤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와 의미를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그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팝업은 효과적인 방법이다. 팝업을 하는 기업의 의도를 살펴보면 5가지 정도가 있다. 1) 오프라인 테스팅베드 2) 마케팅 효과 3) 신규 제품/서비스 실험 4) 신규 고객 유입 5) 기존고객 로열티 증대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오프라인 테스팅베드. 바보삼형제 캐릭터로 유명한 ‘오롤리데이’가 작년 연무장길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 선택에는 연무장길 초입에 2주간 진행한 팝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들은 팝업을 열어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테스팅을 한 것이다. 알다시피 권리금, 임대료, 인테리어 그리고 인건비 등 오프라인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건 어마한 비용이 든다. 그러니 장기 임대는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렵다. 테스팅이 필요하다. 팝업을 통해 과연 우리 브랜드가 이 지역을 찾는 소비자에게 통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 마케팅 효과. 요즘 성수에는 럭셔리 브랜드 팝업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오래된 건물과 고물상이 늘어선 성수에 럭셔리라니. 이 무슨 조화인가 싶지만 1년 넘게 디올 팝업이 진행 중이고, 포르쉐와 샤넬도 오랜 시간 팝업을 열었다. 작년 성수에서 가장 이슈가 된 팝업은 ‘버버리’였다. 오래된 공장 전체를 버버리 디자인으로 감싼 파격적인 팝업을 선보였다. 이 팝업을 진행하며, 성수 곳곳에 외벽 광고를 진행했다. 이 일로 성수 전체가 광고판이 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있었지만, 그들 팝업은 늘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요즘은 TV와 신문을 비롯해 주요 미디어에 광고를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워낙 비싸기도 하고 광고 역시 너무 많다. 소비자들은 피로를 호소하기까지 한다. 유튜브가 유료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들이 광고 없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팝업은 고객과 소비자들에게 임팩트 있는 광고판 역할을 한다. 공간에 들어오는 고객 뿐 아니라 그 공간을 지나는 이들도 팝업을 직간접 경험을 한다. 더불어 팝업 경험은 고객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가 된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그래서 팝업을 기획할 때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할 지에 대해 브랜드의 고심이 크다.  


세 번째는 새로운 실험. 짧은 기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이고 고객들의 반응을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다. 더불어 즉석 피드백도 얻을 수 있다. 그런 실험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속 여부나 변화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성수에서는, 젠틀몬스터가 새로운 컬렉션 라인 ‘볼드’를 선보이기 위해 초대형 팝업을 진행했다. 무신사가 오픈한 ‘무신사 엠프티’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패션 브랜드들의 팝업으로 유명하다.  


네 번째는 신규 고객 유입. 팝업은 한정된 시간 동안 진행된다. 그런 희소성은 사람들에게 화제와 흥분을 유발한다. 대개의 이벤트가 그러하듯 사람들의 경계를 풀고 그들 발길을 쉽게 끌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기업들은 팝업을 아무 곳에서 열지 않는다. 팝업을 위해 고객 분석을 철저히 한다. 핵심 고객들과 비슷한 조건의 고객들이 자주 가는 곳을 찾는다. 주로 MZ 타깃의 브랜드가 팝업에 열심이고, 요즘 MZ들의 최애 장소가 성수다 보니, 성수가 팝업의 대세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고객의 로열티다. 작년 가을, 샤넬은 향수 팝업을 열며 별도의 VIP 행사를 진행했다. 비단 샤넬만이 아니다. 대다수 팝업은 별도의 VIP 행사를 만든다. 공식적인 팝업에 앞서 하루 이틀 동안, 미디어를 비롯해 기존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따로 준비한다. 팝업은 기존 매장보다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 아니다. 물건을 판매하더라도 전체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야말로 그 브랜드를 경험하는 공간에 가깝다. 그래서 팝업은 판매보다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은 그 노력에 감응한다. 그런 경험은 고객이 그 브랜드에 대한 마음을 더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팝업이 가진 여러 효과 때문에, 팝업을 마케팅의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한편 다채롭게 펼쳐지는 팝업은 공간에 대한 기존 생각을 흔들고 새롭게 정의하며 지역 풍경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팝업은 임대 방식이 대부분 장기가 아닌 단기다. 그렇다 보니 하나의 공간은 팝업을 통해 역동적으로 변모 중이다. 공간 쓰임이 다양해지니 그런 공간을 연결하는 성수 지역 부동산 중개소도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터라, 가게 앞에 ‘단기 임대’와 ‘팝업 문의’ 대환영 문구를 크게 붙여 놓았다. 


한편 요즘 공간들은 온-오프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라인으로만 존재했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진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강세를 두었던 브랜드들은 디지털 연결과 경험을 점점 강조하는 추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된 경험을 주지 않으면 고객의 지지와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고객들이 온라인 오프라인 경험을 브랜드의 메시지를 그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할 수 있도록. 더해 브랜드의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런 온-오프 믹스를 통해 브랜드들은 임팩트를 높여 나간다. 더불어 위치와 공간의 창의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개 팝업은 여러 브랜드들이 밀집되어 운영되어 시너지를 일으키지만, 어떤 경우에는 독창적인 위치와 공간이 팝업으로도 쓰인다. 고객은 이럴 때 더 호기심을 가지고 그곳을 찾게 된다. 


마지막으로 팝업이 만든 가장 중요한 변화 하나가 있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라는 공식을 ‘가치 있음’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그동안 급성장을 경험하며 역사와 시간의 흔적을 지우거나 없애기 급급했는데, 공간 경험과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지면서 이제는 앞선 흐름을 수용하고 계승하고 활용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바로 오랜 시간 먼지 쌓인 것이 그 속에 보물을 품고 있는 마냥 조명받고 있다. 성수에는 오래되고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 성수 구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성수지역의 건물 약 30%가 벽돌 건물이다. 최근에 지어진 벽돌 건물도 있지만 대다수가 20년~30년이 넘은 건물이다. 주거 공간도 있지만, 공장들도 많다. 벽돌이 품은 시간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팝업이 딱 선호하는 공간들이다. 그리고 실재 대개의 팝업은 그런 곳에서 진행된다. 반면 강남은 오피스 건물이 많아, 사람들은 많지만 온통 비슷한 크기와 모양과 색깔의 빌딩들만 있어 지역이 주는 재미가 없다. 그 번성한 곳에 팝업이 드문 이유다.  


나는 요즘도 지역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를 보고 듣고 모은다. 그 이야기 중에는 새로운 것도 있지만 오래된 것도 있다. 재미있는 건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래된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 오래된 이야기 중에서도 눈이 더 반짝이는 반응은 오래 ‘묵은’ 이야기가 아닌 오래된 것이 지금에 이르러 ‘새롭게’ 변화된 것이다.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상상의 틈이 만들어지면서 각자의 이야기가 그 속을 채우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완벽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 당신의 공간, 당신의 이야기에는 그 상상의 틈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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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관련 뉴스 몇 개

https://v.daum.net/v/20240325210601996


https://v.daum.net/v/20240321162603221


https://v.daum.net/v/20240312145459883


https://v.daum.net/v/20240317152449558


https://v.daum.net/v/20240312052008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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