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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북클럽,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트레바리 북클럽은 이 책으로 이야기 나눕니다.

커뮤니티 북클럽인데 왜 이 책을?

커뮤니티 하면 다들 거창한 걸 생각하는데,

최소단위의 커뮤니티를 들여다 보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커뮤니티는 비슷한 지향점(목적)을 가진 둘 이상의 집합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있다면, 우선 커뮤니티라 부를 수 있죠. 여기에 인원이 많아지면, 다양한 조건(운영을 위한)들이 붙기 시작합니다. 더해 위계도 생기죠.


이 책은 혼자의 삶에서 둘의 삶(커뮤니티의 삶)의 전환을 다룹니다. 혼자여도 충분했지만, 둘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소개합니다. 물론 다른 우주가 만나는데 갈등과 싸움이 없을리 없죠. 그것만 생각하면 굳이 합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별빛같이 무수한 즐거움이 존재합니다. 어떤 것이 있을지, 한 번 볼까요?



1.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한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누그러진다. 서로의 인기척에 자연스레 잠이 깨고 집에서 매일같이 인사가 오가는 게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혼자 살 때, 정서적 체온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데 비해, 둘이 사니까 그게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점이 좋다. 물론 육체적 체온 유지를 위해 욕조에 몸을 담글수도 있다. p.11


2. 자기만의 세계관, 음악 취향, 관심사와 말솜씨, 표정과 몸짓, 신념과 상상력, 농담의 방식. 이런 요소들은 그 사람 고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형성한다. 물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여행자의 예의를 품을 때, 내가 갖지 못한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을 거다. p.24


3. 김하나는 친구들의 중심에서 모임을 만들고 이끄는 작은 대장 같은 사람. 자기만의 세계관이 확고했으며, 그 생각들은 개인에 갇히기보다 공동체 지향적이었다. 내향성이 강하고, 혼자 책 읽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거꾸로 커뮤니티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데서 인격의 다면성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에 나는 인간관계의 환승역 같은 존재라고 할 만큼 발이 넓다는 소리를 듣지만 두세 명의 작은 그룹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편하고, 술자리보다는 술 자체를 좋아해서 같이 마실 사람을 찾는 식이다. 외향적이지만 동시에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적인 나에게 이런 식으로 확정된 자아의 경계가 신기했다. 이 사람과 살아도 좋겠구나, 하는 결심에는 바로 이런 넓은 울타리 안에서 좋은 영향력의 파장 안에 늘 있고 싶다는 바람도 작용했다. p.26


4. 어떤 사람을 이해한다고 해서 꼭 가까워지지 않듯,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곁에 두며 같이 살아갈 수 있다. 자신과 다르다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p.35


5. 대출을 얻고 회사를 접는 바람에 시작된 '닥치는 대로 일하기'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나를 데려온 셈이다. p.63


6. 나만이 아는 나의 길고 다채로운 역사 속에서 나는 남의 입으로 함부로 요약될 수 없는 사람이며, 미안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이상으로 행복하다. p.82


7. 제대로 된 물건이 얼결에 들어서버리자 생활이 가지런해졌다(자취에서 독신으로 바꼈다). 아름답게 잘 만든 물건의 힘이란 이토록 강력하다. p.87


8. 싸움의 기술은 이런 것. 진심을 담아 빠르게 사과하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 입으로 확인해서 정확하게 말하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어떨지 언급하고 공감하기, 누군가와 같이 살아보는 경험을 거치고서야 이런 기본적인 것을 배울 수 있었다. p.114


9.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함 싸움이다.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p. 115


10. W 코리아 이혜주 편집장이 결혼 생활에 대해 "둘만 같이 살아도 단체 생활이다". 동거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맞냐 안 맞냐보다, 공동 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냐 없냐에 달렸다. 그래야 갈등이 생겨도 봉합할 수 있다... 처음 같이 살 때는 서로 극단적인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주 싸웠다. 소리를 지르고 울기도 했다. 함께 산 지 2년쯤 지난 지금 우리는 거의 싸우지 않는다. 그동안 서로가 서서히 내려놓은 것은 상대를 컨트롤 하려는 마음이다. 대신 둘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집의 모습과 상태, 또 각자가 확보하길 원하는 독립적인 시공간을 정확히 얘기하고 그것을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를 바꾸려 드는 것은 싸움을 만들 뿐이고, 애초에 그러기란 가능하지도 않다. p. 119


11. 잘 모르는, 멀리에 있는, 애정이 없는 대상일수록 일반화하기 쉽다. 뭉뚱그리고 퉁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에 있어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그 개별성이 소중하고 의미있다. p145


12.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타인이 강력한 주의 환기 요인이라는 사실. 지나치게 골똘해지거나 불안에 잠식당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과일 깎아 먹으며 나누는 몇 마디 얘기로도 어떤 울적함이나 불안은 나도 모르게 털어버릴 수 있고, 함께 살면 그 현상이 수시로 일어나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힐 겨를이 없어지기도 한다. 집 안 어디엔가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 같은 것도 있다. 아니 꼭 집 안에 있을 필요도 없다. 누군가 집으로 항상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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