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겨지나? 2020년 9월이 왔다. 이제 가을이고 곧 겨울이다. 우리는 이 눈부신 계절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까? 지난 봄과 여름은 코로나에 잠겨, 꼼짝마의 연속이었다.
계절만 잠긴 게 아니다. 우리가 생각한 것들, 행동해 온 것들 모두가 잠겼다. 보통의 일상이 멈췄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이 멈춘거다. 믿었던 정답이 무너지며, 막막하고 두려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그 시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대통령도 마스크를 쓰고 정치를 하고, 우리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와 미끄럼틀을 탄다. 전 국민이 똑 같은 모습으로 코와 입을 잠궜다. 자주 쓰는 감각을 자제해 아낀 힘으로, 우린 해답을 찾고 있다. 우리 뿐만 아니다. 전 세계가 답을 찾고 있다. 우주인들의 지구 공습 때나 볼 수 있었을 지구인 대동단결을 우린 목도하고 있다. 그렇게나 으르렁 거리던 남북도 평온하다. 단지 어떤 교회만 요란하다. 지금 상황이 끔찍하면서도 놀랍기도 하다. 비현실이 현실이다.
코로나 시국은 삶 뿐 아니라 일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떤 일은 멈췄고, 어떤 일은 속도를 늦췄고, 어떤 일은 뒤로 갔고, 또 어떤 일은 새롭게 시작됐다. 숨을 죽여도, 세상은 어떻게든 돌아가니. 일 역시 돌아가긴 한다. 독립노동자(Independent worker)인 나도 어떻게든 먹고 살고 있다. 정확히는 버티고 있다.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돈 필요하다고, 아무 일이나 덥썩 물고 가고 있지 않나?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 했는데, 나는 이 불안한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있나? 설마 비 많이 온 날 잠수교처럼, 통제를 해야 하나? 진작 돌아봤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살펴본다. 8월 말 기준으로 내가 (작든 크든) 관여하고 있는 일을 정리해 봤다. (8월을 정리하고 보니, 9월~10월에도 변화가 많다)
더해 앞으로 무얼 더 할지 생각해 봤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돈이 되든 아니든 내가 좋아 하는 것을, 내가 잘 하는 것을, 내가 지향하는 것을 꾸준히 할 노릇이다. 그러니까,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기. 나는 이 기울기대로 기울고 있나? (아님 울고만 있나?)
북크루 [책장 위 고양이] 시즌2가 진행 중이다. 7월부터 9월까지다. 북크루는 원래 작가와 독자를 잇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 했. 코로나가 닥쳤다. 돌파구로 비대면 '에세이 샛별배송' 책장 위 고양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즌1(3월~5월)은 7명 작가들이 뭉쳤고, 시즌2는 5명 작가들이 뭉쳐 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