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 no.109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안녕하세요. 고수리입니다. 밥벌이 13년 차,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현재 하는 일
1) 에세이 작가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2016),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2019), 세미콜론 띵시리즈 고등어 편 (2020 출간 예정)
2) 아동문학 작가 : 유튜브 애니메이션 채널 <토닥토닥 꼬모> 시나리오 작가, 청소년 소설가
3) 글쓰기 안내자 : 여러 지자체와 기관 및 창비학당, 취향관, 소셜살롱 문토 등에서 글쓰기 강사.
4) 엄마 : 네 살 쌍둥이 형제의 엄마. 가장 어렵고 힘들고 보람차고 즐거운 직업입니다.
했던 일
대학시절 내내 교내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펜처럼 쓰던 PD로 지냈습니다. 서울 대학언론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고요. CBS 영상취재 인턴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광고회사 PD로 입사하게 되었는데요. 2010년에 디지털 미디어와 AR을 다루던 뉴미디어팀에서 기획 PD로 일했습니다. 그때 스토리텔링과 기획력을 배웠어요. 그러다가 2012년에 갑자기 진짜 펜을 쓰는 방송작가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KBS <인간극장>과 MBC <TV 특종 놀라운 세상> 팀에서 일했고요.
그러다가 또 갑자기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한겨레 아동문학 작가학교를 다녔습니다. 그즈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제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첫 책을 출간하면서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꾸준히 에세이를 쓰면서도 <어린이와 문학>에서 청소년 소설 등단을 했고, 프리랜서 구성작가 일을 했습니다. 2019년에는 다큐 <우리歌>의 메인작가로 참여해 케이블방송대상 교양 다큐 부분 대상을 수상했고요. 2020년에는 유튜브 채널 <토닥토닥 꼬모>가 100만 구독자를 달성해서 골드 버튼을 받았지요. 영상을 다루는 일과 가까이 지내와서인지 스토리텔링과 보여주듯 글쓰기가 장점입니다. 글을 쓸 땐, 머릿속으로 카메라로 찍고 편집한 장면들이 재생되고 있어요. 평소에 일할 때는 내향적이고 성실한 편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다면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버리는 무모함과 간절함을 지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출간 작가가 되기 전에는 스토리텔링 수업과 아동문학 글쓰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후에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업을 하거나 청소년 소설을 쓸 때 도움이 되었어요. 작가로 활동하는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과 돈을 책에 쓰고 있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들은 모두 책에서 얻습니다. 그래서 책장이 어수선한 편이에요.
그림책, 동화, 순문학, 장르소설, 만화, 인문서, 철학서, 매거진 등. 여러 분야 책들이 뒤죽박죽입니다. 꾸준히 글쓰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이 되어 이끌지만, 학인들에게 더 많이 배워요. 휴먼다큐를 사랑하던 방송작가여서 그런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늘 마음이 기울어 있습니다. 어떤 목소리든 잘 듣고 고유한 이야기를 발견하려고 노력합니다.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바다, 눈, 책, 산책, 가족, 출산, 글쓰기, 글쓰기 수업, SNS, 방송작가
인간극장, 브런치, 자우림, 넬, 엘리엇 스미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쇼팽
90년대 홍콩영화, 다큐, 고레에다 히로카즈, 리처드 링클레이터, 에단 호크, 양조위, 미야자키 하야오
김애란,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메리 올리버, 헬렌 니어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정말 많아서 몇 가지만 꼽기는 어려운데요. 제가 오랫동안 좋아했고 롤모델처럼 생각했던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1) 자우림과 김윤아의 노래 : 열다섯 살 때부터 자우림을 좋아했고 20+n년째 팬입니다. 김윤아는 저의 오랜 우상이었지요. 학창 시절부터 제 귓가에 머물며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꼽기 어렵지만) ‘샤이닝’입니다. 자우림은 작곡 작사 연주도 직접 해내지만, 노래마다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음악과 정서를 창작하는 예술가의 태도를 닮고 싶어요. 영원히 좋아할 거예요.
2)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와 책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모든 작품과 시선을 좋아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방송국 PD 출신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영화감독이 되었는데요. 저도 휴먼다큐를 만들다가 에세이 작가가 되었지요. 내적 동질감을 느껴요. 비슷한 길과 결을 가졌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가족이나 아이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시선도 그렇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저도 조심스럽고 다정한 시선과 결을 가진 글을 쓰고 싶어요.
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가장 사랑하는 동화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면 모른 채로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동화는 조금 슬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은 비극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는 것. 우리는 작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상처 받으며 성장한다는 것. 그런 진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를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대하고 싶어요. 저도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고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는 그러한 태도로 어린이를 대했고 죽을 때까지 동화를 썼습니다. 저도 죽을 때까지 글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주인공은 말합니다. "그 누구도 혼자 남아 슬피 울면서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어."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하루를 규칙적으로 충실하게 보내려고 노력해요. 해가 뜰 때 일어나고, 건강한 식사를 챙겨 먹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짬짬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합니다. 체력의 중요성을 크게 느껴서 러닝이나 요가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산책을 합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일 때에는 걸어 다니며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꾸준히 반복해서 올해 완성한 저만의 리추얼이 있는데요. 해 뜰 무렵 일어나 가족들이 깨기 전까지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일기 쓰기입니다. 작가와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건강을 챙기고 하루를 충실하게 보냅니다.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최고보다 최선을 다한다.
누구보다도 엄마 작가들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두 아이를 키우는 어느 유명한 소설가는 엄마가 되고 나서 자아분열 수준으로 엄마와 작가 사이를 오간다고 말했는데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로서의 죄책감과 작가로서의 절망감에 빠진다고 했어요. 저도 두 아이를 돌보다 보니 글 쓸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물리적 힘듦보다 정신적 힘듦이 더 컸어요. 혼자만의 시간에 푹 빠져 글 쓰고 싶은데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없었어요.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매일이 괴로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마를 찌푸리고 ‘너무 시간이 없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았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제 커리어에 방해물처럼 느껴질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른 시간과 틈을 부지런히 활용해 읽고 쓰기로 했어요.
물론 제안 오는 많은 일들을 거절하고 포기해야 했어요. 프리랜서에게 한 번 거절한 일이 다시 제안 오는 경우는 드물지요. 이토록 많은 기회를 놓쳐버린다는 마음에 좌절하곤 했어요. 돌봄과 가사노동으로 집중력은 뚝뚝 끊기고, 글쓰기조차 체력적으로 힘들고요. 그러나 저는 이 현실을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어요. 쓸 수 있는 시간에는 글쓰기에만 몰입합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는 가족들에게만 집중합니다. 글을 쓰다가도 강아지처럼 엄마만 좋다고 달려오는 아이들을 껴안을 때는 오히려 글쓰기에 소진된 마음이 행복으로 차오르고 환기가 됩니다. 올해로 네 살이 된 쌍둥이 형제는 엄마가 작가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요. “엄마는 뭐하는 사람이지?” 물으면 “엄마는 글 쓰는 사람이야.”라고 대답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엄마는 작가야. 글 쓰는 사람이야. 엄마의 일은 글쓰기야.’ 라고 말해주었거든요. 요즘은 아이들이 놀 때 옆에서 무언가를 끄적이기도 합니다. 그럼 아이들은 “엄마 글 쓰고 있어요?” 물으며 방글방글 웃으며 지켜봐 줍니다. 감동이지요.
엄마가 되고부터는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쓴 여성작가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합니다. 엄마가 되어보니 ‘돌봄’이라는 행위는 모르고 지나쳤던 생명의 소중함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우쳐주는 과정이었습니다. 간절함이 원동력이었던 엄마 작가들의 글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까지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엄마 작가들이 최고보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힘들어하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해 조금씩 해내는 나날들. 돌아보면 그것들이 나의 성취가 되어 있었어요. 나라는 사람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했지만, 일에서도 최선이었고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해 스스로 내 삶을 다져왔다는 것. 저는 그런 제 삶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저와는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과 일하고 싶습니다.
계획적이고 분석적이고 실행력 있는 사람. 사리에 눈이 밝은 사람.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가지지 못한 면면들이 다 보이네요. 실제로 함께 일했을 때 좋았던 분들은 이런 분들이었어요. 저는 내향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인데요, 외향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시너지가 생겼어요. 저도 많이 배웠고요. 종종 의견 마찰이 일어나더라도 잘 조율해나가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과 일하고 싶어요. 아주 중요해요.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고유함
<인간극장> 팀에서 일할 때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했어요. <인간극장>은 다큐드라마라는 장르를 가지고 있는데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장면들을 하나씩 모으면 두 시간 반 분량의 드라마가 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삶에도 드라마가 있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모든 삶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다릅니다. 나만의 경험과 나만의 생각과 나만의 분위기. 그 누구도 따라 쓸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요. 그게 무엇인지 먼저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재능보다 꾸준함
방송작가 일을 하면서부터 작가라고 불렸어요. 그렇지만 저는 ‘작가’라고 불리면 괜히 어색하고 부끄러웠어요. 그리 유명하지도 않고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담스러웠거든요. 최근에야 ‘작가’라는 자의식이 생겼어요. 빛나는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계속 쓰는 꾸준함이 있기 때문이에요. 글쓰기 수업을 하다 보면 깜짝 놀라요. 처음 쓰시는 분들의 글이 팔딱팔딱 반짝반짝 살아있거든요. 그런 글들을 만날 때마다 부럽고 질투도 나고 좌절도 합니다.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왜 작가라고 불리는 걸까 작아지기도 했어요. 그러나 저는 작가라는 말을 좀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나의 가장 큰 이야기,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들 모두 쓰고 난 후에도 계속 쓰는 사람. ‘나는 계속 쓰는 사람이니까 작가야’라는 마인드로 글을 씁니다. 쓸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는 작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드는 창작자.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는 나라는 브랜드를 단단히 다지고 지속하는 힘이 됩니다.
충실함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반짝이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단단하게 마무리하는 힘이 중요합니다. 콘텐츠의 질이 좋다면 나중에도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제가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이 100만 구독자를 달성한다거나, 메인작가로 참여했던 다큐가 수상을 한다거나. 후에 그런 기쁜 결과들을 만나본 것도 단단한 콘텐츠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다짐하는 일에 대한 모토는 ‘마무리를 잘하자’ 인데요. 마무리 작업에 집요하게 매달립니다.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고. 계속 다듬다 보면 나아질 수밖에 없어요. 한 뼘만큼이라도 성장할 수밖에 없고요. 내가 최선을 다해 만든 콘텐츠가 당장은 빛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단단하게 완성된 질 좋은 콘텐츠는 창작자에 대한 신뢰를 주고, 시간이 흘러도 발견되고 사랑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분야의 창작자로서 오래 일하고 싶다면, 일의 기본과 마무리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1) 작가의 일상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suri.see
2) 꾸준히 글을 올리는 브런치 @daljasee
3) 고수리 작가의 책 고르는 취향에 궁금하시다면 http://ch.yes24.com/Article/View/40439
4) 고수리 작가의 글쓰기 노하우가 궁금하시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1fsUczqhSAw
인터뷰에 응해 준 고수리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