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 no.186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안녕하세요. 미술 전시해설가 도슨트 한이준입니다.
지금의 일을 하며 제대로 밥벌이를 시작한 건 4년 차입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미술 전시회에서 도슨트로 관람객과 작품을 연결해 주는 전시해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미술관, ‘미술’하면 어렵고, 지루하고, 넘어야 할 큰 벽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는 데요. 미술도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누구나 편안하게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전시의 스토리텔링, 즐거운 해설을 진행하고 있어요. 좋은 도슨트는 관람객과 작품, 전시기획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연결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내용과 구성, 맥락으로 그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 저도 계속해서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해설하는 모든 전시에 아이돌 덕질하다시피 애정을 가지는 편이라 전시의 입덕 요정으로 더 많은 분들을 전시로 입덕 시키고 싶어요! 현재는 전시장을 넘어 더 넓은 공간에서 강연, 모임, 영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미술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1) 다양한 강연 - 완전히 다른 분야 연사님의 강의를 통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려 노력하고, 실제로 많은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어서 다른 분들의 강의도 많이 듣고 있어요. 저는 스펀지처럼 누군가의 이야기, 조언을 쉽게 흡수하는 사람인데요. 다양한 분들의 경험과 정보를 듣고 제 삶에 맞게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도 돈도 많이 쓰는 편이에요.
2) 전시 관람 – 당연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여유가 생길 때마다 전시를 보러 다니려 노력해요. (솔직히 요즘은 여러 상황들로 많이 못 다니고 있긴 하네요..^^;) 국내 전시 퀄리티가 상당해서 이제는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좋은 작품들을 서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새로운 작품을 만나며 설레기도 하고 “내가 이 전시의 도슨트였다면 어떤 해설을 진행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꼭 가져요.
3) 책 – 사실 한 전시에서 도슨트를 준비하는데 생각보다 꽤 오랜 준비 시간이 필요해요. 최대한 그 전시와 관련된 모든 서적, 논문 자료들을 수집하는데요. 그래서 정말 책 사는 데에는 돈을 전혀 아끼지 않고 투자해요. (방에 책장이 차지하는 공간만 점점 늘어나고 있네요)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일을 갖고 있기에 다양한 책, 콘텐츠를 접하려고 노력합니다.
4) 잠깐 쉬어가기 –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해요. 사실 저는 해설 준비하고 강연 준비하는 시간을 좀 무식하게 많이 확보하는데요. 일하는데 시간 자체를 많이 투자하다 보니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 둡니다. 저에게 “쉬어가는” 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 때리는 시간이에요. 멍하니 있으면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질문을 생각하고 명상하는 시간을 보내요.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가족들 : 저의 롤 모델이신 부모님과 동생이지만 오빠 같은 남동생. 사랑해요!
2) 친구들 : 모든 전시마다 와서 때론 사진 요정으로, 냉철한 비평가의 역할도 해주는 든든한 저의 지원군들!
3) 소마미술관 <팝아트 슈퍼스타, 키스 해링>전 : 무더운 여름날 미술관 밖에 줄 서서 한참의 기다림 끝에 만난 전시. ‘그림은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며 마법같이 존재한다.’는 키스 해링의 말이 가슴에 콕 박혔어요.
4) 김찬용 도슨트님 : 1세대 전문 도슨트. 김찬용 도슨트님의 해설을 처음 듣고 소름 끼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저는 자원봉사로 해설을 하고 있을 때 김찬용 도슨트님 해설을 처음 들었는데 1시간 동안의 해설에서 전문성과 직업의식까지 모두 가득 느낄 수 있었어요. 김찬용 도슨트님이 오랜 기간 도슨트의 직업화를 외쳐 오신 덕분에 저도 지금의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일하면서 제가 조언도 많이 구하고 큰 힘이 되는 선배님이자 팬입니다.
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디자인 ; 또 다른 언어>전 : 처음 전시장에서 정규 도슨트를 진행한 전시. 너무 좋은 교육을 받은 덕분에 많이 배우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어쩌면 이때의 첫 기억으로 또다시 미술관에서 해설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첫 해설 당시 식은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떨었던 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할 기억이에요.
6)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인재진 감독님 : 제1회 자라섬 페스티벌부터 거의 매년 페스티벌에 갔던 관객으로서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시간의 즐거움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 페스티벌. <청춘은 찌글찌글한 축제다> 책도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감독님 강연도 너무 좋아해요!
7)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 덴마크의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미술관. 살아 숨 쉬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전시 공간 자체가 예술이 되는 미술관에서 첫눈에 반했어요. 바다를 마주 보며 작품을 만나고, 정원 속에서 작품을 보며 너무 행복했어요. 예술의 힘을 다시금 느낀 곳이에요.
8) 나 홀로 북유럽 여행 : 낯선 도시에서 홀로 처음 마주했던 진한 외로움. 그때 마주한 핑크빛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일상도 여행처럼! 낭만을 잊지 않으려 오늘도 퇴근길에는 노을 진 한강을 한참을 바라봅니다.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소개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위로받는 책인 것 같아요.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끔 만든 책입니다.
2)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 김연수 작가님 글을 좋아해요.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까워서 정말 아껴 읽은 책. 저는 4장의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이야기를 읽으며 쉬어가기를 배울 수 있었어요.
3) 발칙한 현대미술사 (윌 곰퍼츠) : 저도 추천받아서 접한 책인데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너무 벽돌 같은 책이어서 부담스럽다! 하시면 이 책을 추천해드려요. 미술 애호가로 한 발짝 다가서는 그 첫 단추가 될 거예요.
4) 르네 마그리트 <인간의 조건(1933)>, <황혼(1964)>, <확대경(1963)> :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유심히 보다 보면 무언가 이상한 부분, 낯선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일상의 물건이 비명이 지르는 그림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마그리트의 작품은 사물들이 “정신 차려!”라고 소리치기도, 우리 삶에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지금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에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찾아보곤 해요.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모순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익숙함을 경계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신선함을 찾으려 해요. 당연한 일상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익숙해지면 지금의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결코 당연하지 않았음을 되새기려고 해요. 한편으론 늘 새로운 자극을 통해 움직이는 사람인지라 새로움을 찾고 고민합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간단한 메모를 다이어리에 남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요. 오늘 하루에 대한 고민과 함께 미래의 모습들을 상상하곤 합니다. =요즘 들어 제일 챙기고 싶은 것들은 체력이에요. 모든 일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잖아요. 꾸준한 운동 습관! 꼭 챙기고 싶은 루틴입니다.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국내 숨은 미술관 추천 : 서울에도 좋은 미술관에 많지만 그 외에도 숨어있는 명소가 정말 많아요! 국내에도 정말 멋진 미술관 공간이 있답니다. 여행도 좋아하고 미술관도 좋아하다 보니 쉬는 날 나들이 갈 때면 그 지역에는 어떤 미술관에 있는지부터 꼭 찾아봐요.
2) 전시 추천 : 현재 진행 중인 전시 리스트는 늘 파악하고 제가 직접 가보지 못해도 전시 후기를 찾아보며 어떤 전시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 주말엔 전시나 보러 갈까?’라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기분 전환이 필요한지, 시각적인 자극이 필요한지,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지, 위로받고 싶은지 그 목적과 취향에 따라 전시 추천해 드릴게요.
3) 서울 디저트 카페 투어 : 제가 가장 애정 하는 취미생활 중 하나가 맛있는 빵집 투어와 홈베이킹이에요. 먹는 것에 있어서 꽤 진심인 편이라 제대로 된 빵 맛집, 케이크 맛집 추천해 드릴 수 있어요!
4) 이야기 들어주기 : 제 이야기를 하기도 좋아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리액션 하나는 정말 자신 있어서 어떤 이야기든 진심으로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으니 불러만 주세요!
5) 긍정 에너지 전파하기 :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고, 도전하는 데 있어 망설임이 없는 편이에요. 어떤 용기가 필요하다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의 기쁨이 같은 긍정 에너지를 드릴 수 있어요.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1)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
2)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분
3) 유연한 생각으로 행동하는 분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결국 ‘퍼스널 브랜딩’,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설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내는지. 자신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게 맞는 브랜딩이 필요한 거죠. 그 이후에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모드로 변신할 수 있는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N 잡러 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제는 전문 분야를 넘어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기록하기’를 뽑고 싶어요. 경험이 곧 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굽이굽이 돌아온 길, 별거 아닌 작은 일일지라도 의미 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그런데 저도 그렇지만 과거의 경험은 기억 속에서 쉽게 잊히기도 하죠. 언제 현재의 삶의 무기가 될지 모르는 경험치를 기록해 둔다면 필요할 때면 나의 기록지에서 찾아서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1)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i.junee/
2) 유튜브 http://www.youtube.com/c/도슨트하니DocentHANI
3) 최근 인터뷰에요. 메트로 신문 지면 인터뷰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00806500127
4) 콘플레이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NZiuiGzMLpQ
[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위기가 곧 기회다. 저도 코로나 여파로 올 한 해 연초, 여름 무렵 반강제 백수가 되어 봤어요. 처음엔 좀 허무하고 당황스러웠는데, 방구석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새로운 도전, 여가생활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무언가 잃었다면 당연히 얻는 것이 있겠지 생각하며 지냅니다. 실제로 거리두기로 방구석 생활을 하며 미뤄왔던 유튜브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1)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2) 지금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질문 더하기 3] 당신에게 집과 회사가 아닌, 마음 둘 곳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완전히 낯선 장소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답해 준 한이준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