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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슬기로운 딴짓’을 허하라

원티드 인살롱 기고 1 (20200810)

직장생활의 맛은 뭘까? 

앞자리가 빠르게 변하는 연봉, 기대보다 큰 보너스, 한발짝 앞선승진, 능력 뿜는 동료, 나라보다 든든한 복지, 조직의 이름으로 전하는 뭉클한 사회공헌 등 두루두루 많다. 조직에 속해야만 얻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이것 외에도 많다. 일 하라고 사무실도 만들고, 휴게 공간도 만들고, 각종 편의시설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모인 이상 어찌 일만 도모하랴(인간의 의외성은 늘 흥미롭다). 마음 맞는 이들과 인류의 오랜 역사인 ‘작당모의’를 할 수도 있다. 모의는 지지리 궁상만 떨다가 흐지부지 되기도 하고, 운이 따르면 딴짓으로 구체화 된다. 대표적인 것이 ‘동호회’다.


딴짓, 제주까지 이어졌다. 낯선컨퍼런스4 - 2019.11. 제주플레이스 캠프


사내동호회는 한 때 정치의 요람이었다

딴짓이건만 회사는 동호회를 제도적으로 장려한다(물론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다). ‘조직 건강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과 “말랑말랑한 조직문화가 조직경쟁력이다”고 얘기한 전문가의 말이 동호회 지원에 큰 힘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이론과 말은 최근 일이지만, 직장 동호회는 최근 일이 아니다. 부장님이 사무실에서 담배 피던 시절엔 등산, 축구, 바둑 3대 동호회 깃발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은 주로 강력한 결속을 요하는 (사내)정치의 요람이었다. 


요즘은 어떤가? 음악, 미술, 독서 등 취향 관련 모임,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 모임, 성장과 변화를 위한 학습 모임, 아이를 위한 육아 모임 등 분야가 다양하다. 자신의 일과 삶의 바탕을 쓸고 닦으며, 각자가 품은 호수를 넓고 깊게 맑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관심의 기울기가 여러 개다 보니, 다양한 모임에 가볍게 스며든다. 참여자들은 자연스레 느슨하게 이어진다. 같은 회사 사람들과 뭉치는 게 편하고 쉽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회사 분들과도 만든다. 지역을 제한하지 않고, 관심사 기반으로 모이는 곳도 있다.(요즘은 그걸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곳들이 많다. 가령 ‘프립’ ’문토’ 같은 곳이다.)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우린 안다. 동아리 활동을 가열차게(적당히 하는 분들과 다르다) 한다고, 연봉과 보너스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일과 일도 관련이 없으니, 동료평가를 잘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쓸모 없는 것에 시간을 쏟는다며(대개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에 하는데도), 눈치와 욕 먹기 일쑤다. 그런데 망보는 미어캣처럼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면, 딴짓이나 동아리 활동에 ‘궁서체’인 분들을 곧 잘 볼 수 있다. 부질 없는 것에도 마음 주고 애정 쏟는 이들이다. 어쩌면 새로운 축(결과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을 만드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하는 얘긴 당장 쓸데 없지만, 어쩌면 멀리 봐서 슬기로울 수 있는 딴짓을 행한 이(들)의 이야기다. 먼저 작은 부탁하나 드리고 싶다. 도처에 있을 딴짓하는 이(들)를 너른 마음으로 품어 주길 바란다. 숱한 회사가 바닥을 쳐도, 그들 때문에 망했단 소식은 아직 없다(회사 근간이 갸우뚱 하는 건 대개 경영진 이슈다). 오히려 그런 딴짓이 회사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얘긴 꾸준히 듣는다. 배달의민족은 직원들간 쓸데없는 잡담을 장려하지 않나? 구글은 직원들에게 20%의 시간을 마음대로 쓰라고 하지 않나? 당장의 쓸모가 중요하지만, 너무 빨리 단정하지 말자. 모를 일이다. 가능성을 좀 더 열어 두는 너그러운 마음.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닐 것이다. 코로나 시대다. 이제까지 ‘정답’을 향해 ‘바르게’ 헤쳐 왔다면, 이제부턴 ‘해답’을 찾아 매번 다른 길을 가야하니 이왕이면 즐겁고 슬기롭게 돌파해 보자. 손해 볼 일이 아니다.


낯선대학 가을운동회 단체(2017년)


꽉 막혀있던 때 틈을 만들어 준 딴짓

나에게 딴짓은 직장 생활의 맛을 제대로 알게 해 준 고마운 경험이다. 일하다보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그네 타듯 어지럽게 흔들리고, 미끄럼 타듯 쭉쭉 내려 갈 때가 있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때. 작당을 모의했고, 딴짓을 감행했다. 견고한 일상에 작은 ‘틈’을 냈고, 그 틈 사이로 새로운 걸 봤고 경험했다. 그게 5년차로 접어든 ‘낯선대학’이고, 4년차에 이른 ‘낯선컨퍼런스’고, 3년차인 ‘경험공유살롱 리뷰빙자리뷰’와 ‘100일(30일) 프로젝트’다. 이 외에도 독서모임, 컨퍼런스, 여행, 코칭살롱 등 다양한 모임과 이벤트를 만들었다. 


지금은 그 시간을 통과하며 만난, 고마운 이들의 도움으로 매일 다른 곳에 출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Independent worker(독립노동자)’이자 'Free worker(프리워커)'다.


2020. 낯선대학Y3 입학식에서(사진 : 그누구도)


딴짓에 대한 본격 1화는 9월(2020년)부터다. 슬기로운 딴짓은 누군가를 위한 레퍼런스(저럴 수 있구나)고, 누군가를 위한 위로(그럴 수도 있구나)고, 누군가를 위한 응원(이러는 당신을 이해해요) 이야기다. 직장생활의 찐맛, 슬기로운 딴짓 이야기. 기대해도 좋다.


[참고]
1) MBC 14F에 소개된 낯선대학, 리뷰빙자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jFF0Qlz8C_s


2) EBS에 소개된 낯선대학

https://news.v.daum.net/v/20180926205857749


3) 한겨레에 소개된 리뷰빙자리뷰

https://news.v.daum.net/v/201809122026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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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글(20200810)입니다. 


록담(백영선) Flying Whale 대표 rockdamf@gmail.com

축제와 공연기획사에서 열일하다, 한화호텔앤리조트(63빌딩 문화사업부)를 거쳐 Daum(문화마케팅)에 입사했다. 곧이어 카카오 행성을 돌다(조직문화, 교육, 스토리펀딩, 브런치, 소셜임팩트 등) 궤도를 이탈합니다(퇴사했단 얘기죠^^). 지금은 매일 ‘다른’ 곳에 출근하는 ‘독립노동자’이자 '프리워커'입니다(딴짓 덕분이죠!). 여러 일을 하지만 ‘기울기’가 있습니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잘 사는 걸 의도합니다. 백영선이라 쓰고, 록담이라 부릅니다. 어색어색하지만 플라잉웨일 대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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