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만드는 것 좀 도와주세요"란 요청을 자주 받습는다. 커뮤니티라면, 아닌 밤중에 너구리 먹는 것 만큼 즐거운 터라 당장 만나 오동통통 쫄깃한 이야길 나눕니다.
아래는 최근에 만난 이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커뮤니티입니다.
1. 3040 남자들이 운동을 통해, 삶을 좀 더 딴딴하게 만드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2. 유튜브 반응이 좋아요. 그런데 광고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이 팔로워를 학습 커뮤니티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3. 앞으로 우리 회사가 주목하는 건 고객 커뮤니티입니다.
그들을 만나 왜 만들고 싶은지, 어떤 방식(모델)을 원하는지 묻습니다. (커뮤니티의 성공은 물론 '운영'이 관건입니다. 많은 커뮤니티가 초심은 멋진데 운영이 어설퍼 망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하지만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운영 방식을 묻는 건 너무 나간 이야기라 일단 패스)
그 2가지가 커뮤니티를 만들 때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거든요. 답을 들어보면 '왜'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이 명확해요. 그냥 갑자기 만들고 싶어 시간을 내어 저를 만난게 아니니까요. 물론 '왜'를 파고 들면, 좀 더 궁극의 니즈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땐 주먹파이브!를 쎄게 하죠.
문제는 커뮤니티 방식(모델)입니다. 대개가 '왜'에서 시작해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멈춥니다. 어떤 모델로 해야 좋을지 가늠이 안되어 저를 찾아 온 거였죠. 그때부터 이야기가 불타오릅니다. 여러 질문을 주고 받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더해 갑니다. 의도를 구체화 할 수 있도록 모델링을 도와 드립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니, 저도 커뮤니티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을 하게 되고 좀 더 정리가 되더라구요.
이분들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닐텐데. 더 많은 분들이 성장과 변화를 위해 '커뮤니티'란 지랫대를 활용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셜시대를 지나, 좀 더 고객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고객과 핫라인을 구축하는거죠.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규고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고(비용 등), 기존 고객의 만족을 더 높여 그들이 우리의 편이 되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으로 고객 커뮤니티를 활용하려 합니다. 자발적으로 고객 커뮤니티가 만들어 지면야, 땡큐!지만 아주 극소수의 기업들만이 그러하죠(테슬라, 애플, 할리데이비슨, 미니 등). 대개의 기업은 고객 커뮤니티를 직접 만듭니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아요. 물건 만들듯 설계도 잘 만들어서, 뚝딱 만들수가 없어요. 고객과 관계를 만들고 그 농도를 짙게 만드는 작업은 무엇보다 시간이 걸립니다(돈도 필요합니다). 이제까지 대행사를 통해 손 쉽게(물론 어렵죠. 하지만 대행사가 그 어려움을 대신해 왔죠)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왔던 기업 입장에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직접 그 과정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대행사와 함께 할 수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좀 더 깊게 관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걸 겪어 본 적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고 평가지표를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컨설팅/코칭에 대한 문의를 해 옵니다.
그간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고, 때로는 참여하고, 한편으로 커뮤니티 컨설팅(과 코칭)을 하면서 알게 된 정보와 인사이트를 나누려 이 글을 씁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선 커뮤니티는 무엇일까요?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워합니다.
우선 요즘 커뮤니티들의 특징을 정리해 볼까요. 그러면 정의를 정의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과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선 '정의'가 중요합니다. 혼선을 줄이고, 실수를 줄이고 집중하게 만들죠.
1. 두 명이상의 모임입니다. 네. 두 명도 가능합니다.
2.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커뮤니티의 '왜'에 해당합니다.
3. 같은 곳,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이건 옛말이죠!)
3. 정기적인 행사가 있습니다. 그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행사죠.
4. 한편 비정기적인 행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벤트.
5.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한개 이상 존재합니다. (카카오) 단톡방이 가장 많아요.
6. 참여 절차와 퇴장 절차가 있습니다. 까다로울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7.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쿨하죠. 물론 평생가는 모임도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커뮤니티의 강도와 빈도는 제로에 수렴합니다. 연연하지 마세요.
8. 느슨함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남이가!는 통하지 않아요.
9. 참가비는 케이스바이케이스. 운영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이 정도의 특징이 있습니다(더 찾으면 업데이트 할께요). 이렇게 많은 특징을 한데 묶어 제가 내린 커뮤니티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기간 동안 다양한 활동(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지향점(목적)을 실현하는 둘 이상이 모인 느슨한 형태의 집단
조금 명료해졌나요? 커뮤니티에 대해 사전은 어떻게 정의내렸는지 살펴볼까요. 여러 개를 봐야 좀 더 명료해지죠. 3개를 준비했습니다.
* 커뮤니티(표준국어대사전)
지연에 의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이루어진 공동 사회. 주민은 공통의 사회 관념, 생활 양식, 전통, 공동체 의식을 가진다.
* 커뮤니티(매경시사용어사전)
지역사회, 근린사회, 지역연대집단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정의도 가지각색이지만 기능을 중시하면 '개인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각종의 요구를 주민과 공동으로 실현하는 집단'이고, 정신면을 강조하면 '고독으로 냉담한 도시 가운데 따뜻한 인간관계'가 된다. 또 도시공학적으로 말하면 '하나로 통합된 안전하고 쾌적한 거주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상의 모임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커뮤니티가 온라인상에서 형성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 커뮤니티(두산대백과사전)
이 말은 매우 다양하게 적용되지만 사회학에서는 대개 두 가지 면으로 해석된다. 첫째, 사회조직체로서 공간적 ·지역적 단위를 가리키며, 둘째 이러한 단위와 관련되는 심리학적인 결합성 또는 소속감을 지칭한다.
어떠세요? 커뮤니티가 무거(서)워 보이지 않나요? 내가 알던 커뮤니티는 어디에? 약간 어리둥절 하죠. 이제 막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입장에서 이걸 보면, 가슴이 턱 막혀옵니다(도대체 뭐라는거야? 싶은거죠). 그래서 앞서 커뮤니티 특징과 함께 그것을 조합한 정의를 먼저 소개해 드렸어요. 위 3개는 학연 혈연 지연 등 강력한 연결로 얽히고 섥힌 모임을 하던 시대에 어울릴 법 한 궁서체 정의입니다. 그래도 오래 묵은 정의는 그것대로 효용과 쓰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참고만 하시고 복잡했던 생각을 가볍게 만들어 주세요. 그래야 커뮤니티를 만드실 수 있어요.
얼마전 MKYU 사이트에 들어가니, 커뮤니티 크리에이터를 올해의 주요한 키워드로 소개하고 있더라구요. 앞서 이야기한 사례들 처럼 곳곳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그렇고 개인도 마찬가지구요.
우선 기업들은 왜 고객 커뮤니티에 관심을 둘까요? 이제까지 보고 들은 걸 정리해 보면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마케팅, R&D, HR 3가지 입니다. 물론 이 3가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예측이 어렵고 변수가 많은 비즈니스 환경(이게 비즈니스만일까요)에서 마케팅비 쏟는다고 고객은 바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온갖 비교 후 구매결정을 합니다. 영향을 미치는 건 가격만이 아닙니다. 품질도 중요하고, 기업의 철학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더불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합니다. 마지막에는 다른 고객들의 반응도 살피죠. 여기에 경쟁까지 더해집니다. 이렇게 깐깐한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니, 회사들은 고객들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려 합니다. 바로 파트너십(상호 영향을 주고 받은 관계성)을 가지고 함께 제품을 고민하고 개선하고 마케팅하고 판매까지 하게 됩니다. 파트너십은 고객 커뮤니티로 등장합니다. 물론 모든 고객을 커뮤니티로 묶을 수는 없습니다. 주로 핵심고객을 대상으로 하죠(멤버십은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멤버십은 구매 금액에 따른 구분의 성격이 강합니다). 고객을 분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가는 회사들이 경쟁에서 앞서 나갑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드는데 우위를 점합니다.
한편 개인들은 왜 커뮤니티를 갈구할까요? 인간은 고립되어 살 수 없죠(물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걸 문제라고 보고, 해결하려 하죠). 어떻게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자연 다양한 커뮤니티와 연결되려 하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셜시대에 접어들며 연결의 갈증은 더 증폭됩니다. 이전에 가능하지 않았던 모임이나 커뮤니티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6가지 이유를 보시죠.
1. 소속감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풍진세상, 안전과 안정을 갈구합니다.
2. 누군가와 연결이 되고 싶어 합니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롭고 싶지 않은 마음, 아시죠?
3. 성장하고 싶어 합니다. 커뮤니티의 힘을 믿어요.
4. 재미를 찾습니다. 심심한 걸 못참죠. 낯선 경험이 종종 필요합니다.
5. 기회를 포착합니다. 레이더가 넓어지죠. 기회가 더 많이 보입니다.
6. 무엇보다 참여와 탈퇴가 쉽습니다. 삘이 통하면 조인하고, 수가 틀리면 퇴장!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커뮤니티에 관심이 가나요?
이렇게 기업과 개인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삶을 위해 커뮤니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실체가 좀 더 보면서 커뮤니티에 대해 좀 더 알아 볼까요? 아, 커뮤니티 별 게 아니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작년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란 책을 읽었습니다.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의 동거이야기입니다. 두 분은 우정의 연대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연인 사이는 아니죠. 가족도 아닙니다. 같은 나이로 취향(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 비슷하고 관심사도 겹치는 게 많습니다. 물론 각자 잘하는 것이 있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들은 최소 규모의 커뮤니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 이상이 모였고, 같은 지향점(목적)을 가지고(혼자 사는 것보단 함께 살면 더 잘 살꺼야!) 살림살이를 뭉쳤거든요. 그들은 집안 일을 구분해 역할을 나눴습니다(이건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듭니다). 멋진 파트너십을 만든거죠. 물론 언제까지 함께 하자란 기간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한거죠. 둘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커뮤니티가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도 시도해 볼 만 하지 않나요?
한편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는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인지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될 수 있는) 관계에 있고, 비슷한 목적을 가진 이들의 연대. 한 직장에 다니는 분들, 한 종교시설에 다니는 분들, 한 울타리에 있는 교육 시설에 다니는 분들. 이런 분들이 있겠네요. 멤버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 알진 못하죠. 하지만 그 멤버들은 대개가 개인의 선택과 결정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입과 탈퇴(입학과 졸업/입사와 퇴사)의 절차도 있고, 잘 모르는 멤버와 연결이 필요하면 검색이나 문의를 통해 어렵지 않게 가능합니다. 연결의 강도가 천차만별이지만, 분명 이들은 하나의 커뮤니티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 사회는 어떨까요? 네. 커뮤니티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뭐 니편이네 내편이네 하는 싸움은 아니니 조금 넉넉하게 생각해 주세요. 같은 지역이란 물리적 조건은 커뮤니티를 구성하는데 좋은 조건은 맞지만, 요즘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 채로 살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지역 사회는 앞선 직장, 종교, 학교와 달리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소속감이 약합니다. 단지 선거때는 분명하게 드러나긴 합니다.
자. 최소 둘에서 최대 몇 백 몇 천 단위 규모의 커뮤니티까지. 이 광활한 간격 사이에, 여러분이 만들고 싶은 커뮤니티도 존재하길 바랍니다.
- 위 글은 물렁합니다. 좀 더 딴딴한 글이 되기 위해 수도 없이 보완 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숨겨 놓고 쓰지 않으려 합니다. 의견, 피드백, 제안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