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7살에 첫 책을 썼습니다

이윤영작가의 다정한 글쓰기 수업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알아 온 사람이기에 허물없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입니다.


그녀는 메일에 차분하게 한참 글을 썼습니다.


윤영아!

우리 사이에 이런 메일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사실 몇 년 전부터 나도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물론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너의 지분이 99.9% 정도

차지한다는 사실은 미리 언급할게


그런데 도통 시작을 못하겠더라고요!

알다시피 여전히 어린아이들과 챙겨야 할 집안의 대소사들 그리고

잡다한 인연들이 '엉덩이'로 써야 한다는 글을 애써


외면하게 만들더라고!


그러다 몇 달 전 그래 나도 한번 시작해 보자 라는 마음으로

집 근처 카페와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덧 글의 분량이 꽤 많아져서

나의 영원한 글쓰기 선생님인 너에게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서 메일을 보내!


기탄없이 가감 없이

잘 살펴봐주고

아낌없는 조언 부탁할게


미리 고맙다 친구야



p.s. 더 늦기 전에 해보라는 너의 말에 용기를 내어 본다!



메일을 읽는 내내 그녀가 얼마나 떨린 손으로 이 메일을 썼을지 상상이 가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글을 썼고, 훨씬 더 오래전부터 책이라는 아름다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육아라는 높은 장벽은 그녀를 '경력단절여성'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옷이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인 것처럼 매일매일 잘 입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순한 성격의 그녀는 어디를 가나 환영받았고 지인을 비롯한 아이들 친구엄마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잘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마음속에 끝내 이루지 못한 작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말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만인저자시대이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SNS 하나만 개설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지면을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지면을 만드는 세상입니다. 카페 어딜 가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고 도서관 역시 즐비합니다. 게다가 핸드폰이라는 작은 기계는 길을 가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어플을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진짜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러 글쓰기를 염원만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가장 크게 글이 주는 무게감은 둘로 나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글을 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서  

두 번째는 비루한 나의 글을 읽어 줄 사람이 없을까 봐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습니다. 물론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그렇게까지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두 편의 글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어찌 사람을 한, 두 편의 글로만 볼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사람은 '평가'의 도구가 아닙니다. 타인을 무언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다음은 두 번째 무게감입니다. 비루한 나의 글을 읽어 줄 사람이 있을까입니다. 물론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것이 요즘 글 쓰는 사람입니다. 수많은 플랫폼과 다양한 매체에서는 매일 수만 가지의 글이 쏟아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내 글을 읽어 줄 사람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글을 쓰고 난 후의 문제입니다.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일단 한번 써보세요!


그리고 이후의 일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2019년 47살에 첫 책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를 썼고, 2023년 총 6권의 책을 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고, 무식했습니다.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이만한 표현이 없네요)


일단 쓰고 싶다면

쓰는 것에 재미가 있다면

뭐든 써보세요!


그것은 지금이어야 하고요!



2023년 12월에 한량윤영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왜 나를 울게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