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오후면 서울역에 KTX를 타러 간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는 운동을 하는 날이기에 걸음을 바삐 재촉한다. 온몸에 땀을 비 오듯이 쏟아낸 듯 샤워를 마치고 운동복에서 강의룩으로 변신한다. 강의룩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상황에 맞게 옷을 꺼내 입는 것은 나에게 '글쓰기'만큼이나 재미있는 유희거리 중 하나다.
오늘 가야 할 곳은 '상주'다. 상주! 곶감의 도시로만 알고 있던 이곳에서 글쓰기 강연이 들어왔는데 조금 망설였다. 강의하는 장소가 KTX를 타고 무려 40분이나 차를 타고 또 이동해야 하는 것 때문이었다. KTX까지 타는 것은 그렇다고 할지라도 다시 차량으로 40분 이동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일을 열어 본 순간, 담당 선생님의 현란한 '나' 수송 프로젝트를 보고 못한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상주시 '좋아하는 서점'에서 이루어지는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수업! 수업은 글쓰기를 통해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이다. 총 5차시에 걸쳐 10분 메모글쓰기부터 브런치를 활용한 작가데뷔까지 상세하게 알려드리고 글에 대한 개별 피드백과 10분 메모글쓰기까지 이루어지는 수업이다.
첫날 '나' 수송프로젝트의 막대한 임무를 명 받으신 주무관님이 수업 장소를 '도서관'으로 착각하여 도서관에 도착했다. 분명 책방에서 하는 수업이라고 했는데 이상하다 여긴 나는 도서관 입구에서 수업장소가 이곳이 아님을 알려드렸다. 다행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이내 책방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상주에 위치한 <좋아하는 서점>은 책방 주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조용한 책방이었다. 편의점 2층에 위치한 책방은 대중서적을 골고루 큐레이션 한 서점이었다. 수강생들에게 들어보니 이미 책방 주인께서 책을 내신 작가님이라고 하신다. 작가님 앞에서 또 글쓰기에 대해 '잘난 척'을 떨어야 하는군~이라는 생각도 잠시 주인의 여유로운 미소와 따뜻한 말은 이내 나를 안심시킨다.
수업에 참여하신 분은 총 13분이다. 책방 공간으로 인해 10분으로 정원을 마감했는데 수업을 오픈한 지 1분도 채 안되어 마감이 되고 수없이 많은 민원이 재기되어 담당샘의 '간곡한 마음'으로 3분을 더 추가했다. '지역도서관에서 본격적인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열 수 없다'던 담당선생님의 메일 첫 문구가 체감된다. 상주까지 오려면 나는 오후 1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상주 도착 후 다시 이동해서 수업하고 난 후 서울에 도착하면 밤 11시 30분, 집으로 가면 자정이 된다. 족히 1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루를 완전히 내어주어야 하는 셈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누군가에게 '시간'은 내어 준다는 것은 내가 써야 할 '시간'은 내어 주는 것이다.
그 시간만큼 글 쓸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시간을 무척 귀하다.
지역 강의나 강연은 이런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일주일의 하루를 통으로 내어 준다는 것이 쓰는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다. '나' 한 사람이 이곳에 오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이토록 글쓰기에 목말라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현실이 조금은 아프기도 하다.
세 번째 주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들의 열정을 그 누구보다 눈부시다. 30대의 직장인부터 60대 은퇴자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저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미뤄왔던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인다. 글쓰기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에 놀란 분들도 계시고,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사실에 현타를 느끼는 분들도 많다. 쓰기에 트렌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뒤바뀐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서 글쓰기도 과거와 많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읽힐 목적으로 쓰는 글은 말이다.
오늘은 네 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 비 오는 날의 글쓰기 수업이라 꽤 낭만 있다. 오늘도 치열하게 글을 쓰는 그들을 지금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