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워킹맘이야기>
얼마전까지 재미있게 본
TVN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화 양쯔강 돌고래 이야기 편에서는
M&A가 진행되고 있는 보험회사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대상은 사내부부 직원 중 한명.
여성을 위한 퇴사조건이 있지만
가부장적인 우리나라의 경우
남편을 대신하여
여자가 회사를 선택하긴 힘든 이야기를 다루었다.
실제,
'퇴사자 중 98명이 아내직원이었다.'는 대사로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줬고,
인권이나 여성 차별적 상황을 변호하는
류재숙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인지라
여느때와 같이 남편과 함께 드라마를 보다
울화통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으니
바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미르생명의 차장인 김현정씨가 퇴직권고를 받고,
남편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이었다.
출산휴가도 제대로 못 챙기며 일했다고
엄마를 포기하며 일했는데,
이제 애나 보라는 대사를 들으며
감정이입해 속상해 하고 있는데,
남편이 말했다.
'아니, 참 바보같네.
둘의 월급을 확인해서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일하면 되잖아.
합리적으로'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속 안에 있던 '욱'이 튀어나왔다.
아니,
군대 갔다왔다며 남자들의 월급을 높게 책정해주는
우리나라에서 '합리적'이란
급여책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거야?
대기업의 임원들이 거의 대부분 남자인
우리나라에서?
다행히 다음 장면에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는
선녀변호사의 말로
남편은 더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큰 상처를 받았다.
나도 '엄마'이기 전에
한 '개인'이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백배, 천배 더 힘든일이 바로 '육아'다.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여자는 집에서 '애나봐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흔하다.
나는 둘째를 낳고,
일년쯤지나 다시 직장을 구했다.
첫째를 낳을때부터 일을 그만뒀으니
4년여의 시간 공백이 생겼다.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가 된 것이다.
원래 전문직이 아니라
높은 급여를 받진 못했지만,
그마저도 경단녀로 급여를 깎이고,
아이들 하원시간때메
퇴근시간 조정으로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내 이름, 내 직급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
나만의 일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격주 주말에만 집에 오는 남편 직업의 특성상
혼자서 아이 둘 케어는 정말 힘들었다.
매일 매일
'그만둘까. 말까?'
아슬아슬하게 곡예 출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의
'합리적인 선택'이란 말에
더 화가 난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이기 전에
여자이기 전에
한 사람이다.
나도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일이 필요하고, 벌이가 필요하다.
그런 마음을 남편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어린이집 가는 시간에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나 다른 걸 하면 되잖아.'
라고 남편이 말했었다.
말이 쉽지,
남편 혼자 벌어오는 돈을
나 좋자고 쓴다는게 가능하긴 할까?
아이들 옷이나 남편 옷은 척척 사면서도
정작 내 옷 한벌 사는 건
백번, 천번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내 마음에 공감하는 엄마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워킹맘 이야기에 대한 소설을 쓰려고 한다.
맘충이가 되서 정신병까지 생겼던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나 또한 많은 공감과 힘을 얻었다.
나도 '워킹맘이야기'를 쓰면서
세상 수많은 워킹맘에게
공감과 위로, 힘을 주고 싶다.
잘 쓸 수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나갈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쓰며
나도 공감과 희망을 얻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