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뷰는 옵션입니다.
시누언니가 잠깐 살 집이 필요해 근처 아파트를 함께 보게 됐다. 결혼 9년 차. 아직 우린 집이 없다. 돈을 모으지도 않았었고, 딱히 집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역시 집 한 채는 필요했다.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집' 문제가 크게 와닿기 시작했다. 우린 임대주택에 살고 있었다. 시골이고, 동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아직 크게 화두 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크면 이 문제가 한 번은 크게 나타날 것이 뻔했다. 휴먼**, LH** 란 말이 아이한테서 나오면 어떡하지? 란 걱정을 안고 사는 부모는 자신들의 무능력을 탓하며 소극적이 된다. 가난하게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 가난을 물려주는 건 죄라고 했던가? 아이가 고학년이 되기 전에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자 얘기해 놓은 터였다. 마침 내년에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가 있었다. 결혼 후 꾸준히 모아 온 종잣돈과 대출을 받는다면 구입이 가능했다. 단지 내 초등학교까지 있었다. 딱 입맛에 맞는 아파트였다. 다른 곳은 생각하지도 않고, 오직 그곳만 바라봤다. 내년에 입주시작되면 매물 알아봐서 구입하고, 내후년에 이사 간다. 끝. 다른 곳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아이의 학교가 가까워야 된다는 것엔 동의하면서도 입맛에 맞는 '뷰'를 원했다. 강이 보이는 뷰. 일명 강뷰. 시골이라 북적대는 시내보다 한가진 외곽이 집값이 더 저렴했다. 한가진 외곽은 뷰맛집이 모여있었다. 산뷰, 강뷰, 산과 강뷰... 문제는 학교 및 각종 편의시설들이 멀리 떨어진다는 것. 학교는 물론이거니와 마트, 병원... 모든 외출 시에는 차가 필요하다는 것. 어차피 집은 여자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옛날방식을 예로 들며 뷰맛집은 예전에 퇴짜를 놓았다.
그러던 중 시누언니가 같이 집을 보러 다니자 연락을 한 것이다. 시부모님 댁과도 가까이 붙어사는 특성상 시누언니도 이쪽 동네가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 둘을 모두 결혼시킨 덕에 시누언니에게 걸림돌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누언니는 시야가 뻥 트이고 강이 보이는 '뷰'를 원했다. 남편과 함께 뷰맛집 집들을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54평형의 '강뷰' 아파트. 20평형대에서 오순도순 살았을 때는 몰랐다. 우리가 큰 집을 원했던 것을. 부부의 마음이 일심동체가 됐다. 시누언니가 원했던 뷰맛집의 집은 창문이 너무 더러워서 뷰는커녕 안개 낀 뿌연 창만 바라보았다. 창문을 열어 보긴 했지만 너무 추워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아니 사실 뷰는 관심 밖이었다. 입구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그 놀라운 면적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세상에나~ 거실이 운동장만해, 안마의자랑 소파가 있는데도 공간이 남네...? 주방도.... 넓네? 방도 네 개네? 여기 두 갠 애들 하나씩 주고, 하나는 오빠방 만들어주면 되겠다. 안방 넓은 것봐. 우와~~~~~ 그다음으로 2~3개의 집을 더 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시누언니는 세 놓았던 본인의 집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모든 게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달랐다.
그런 집에서 살아야 되는데, 애들 방 하나씩 주고, 방하나는 당신 서재하면 되겠다. 서재는 거실에 해야지. 거실에 책을 꽉 채운다 생각해 봐. 카페가 필요 없겠다. 집 밖에 안 나갈 듯? 30평형대의 아파트만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54평의 아파트를 보기 전까지는. 학교가 멀어서 아이들 등하교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말했던 거리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평수가 커서 그렇지 평당 가격을 비교해 보면 사실 54평 아파트가 더 저렴했다. 무리에 무리를 하면 안 될 것도 없다 싶었다. 남편은 뷰를 나는 크기를. 둘 다 만족시키는 집이었다.
'그쪽 아파트를 더 보러 다닐까? 언니 조건에서는 그 집을 보여줬던 거고, 매물로 나온 건 더 있다고 했는데...'
'보고 마음에 들면?'
'그럼 사는 거지 모. 한 오 년 더 빡시게 일한다 생각하면 돼.'
당장 조급해지는 내 마음과 달리 남편은 이성을 되찾았다.
'부동산 사장님이 새로운 아파트 입주시작되면 미입주로 가격 변동이 심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 조금 더 기다려보자.'
'그건 그렇긴 한데... 그렇지.'
남편의 소리에 조급한 마음을 다잡았다. 계획에 없던 54평 아파트. 매입을 내년으로 미루긴 했지만 당분간 내 마음은 54평 뷰맛집 아파트와 함께 할 듯하다. 일이 년 살 것도 아니고, 적어도 십 년 이상 살아야 하는 아파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매물이 나오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