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속삭임
그녀는 혼자 남은 텅 빈 집에
멍하니 초점 없이 앉아있다.
밤인지 낮인지 모를 그녀만의 동굴 안에 갇혀버렸다.
그녀의 속삭임을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
어둠이 내려앉은 이 새벽에
심장이 요동을 친다
너는 아직 살아있다고 또 살아야 한다고.
이곳에 아직 버리고 가야 할 것이 많아
더 머물러야 한다고.
더 무엇을 버려야 끝난다는 것인가.
내게 주어진 것이 그리 많았던가.
허무로다 허무로다
시작도 끝도 모른 채
왔다가 가야 하는 부질없는 인생이.
허덕거리며 살아봐도
들에 핀 이름 없는 꽃보다 못한 것을.
물 한 모금 머금고 가지도 못하는 인생인 것을.
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뭇가지에
설움과 고통 실어 저 멀리 보낼 수 있을까.
내 마지막길 찾아가는데
이리도 힘이 드는가.
수없이 풀어헤친 70년 세월이 모자라
목놓아 울어봐도 보이지 않네.
내가 가야 할 그 길이.
그날 이후,
그녀는 자신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삶을 놓아버렸다.
그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음을 마주하게 된
열여덟의 그 봄이 생각났다.
그녀의 기구한 운명의 굴레 속에
끝까지 자신을 지켜주던 이 남자를
끌고 들어왔던 것일까
그리하여 이리도 모진 세월을 보내다
허무하게 가게 한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가기로 했다.
하나씩 지워져 가는 기억들을 안고
그녀의 남편이 지켜주려 했던
자신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열심히 살아 보기로 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