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방랑기

1. 푸른빛의 도시에서 요정의 골짜기까지

by 솔내음

Day 1: 낯선 재회, 긴장 섞인 시작

런던에서 네 시간 반을 날아 이스탄불 공항에 내려앉았다. 짐을 찾고 나와 한국에서 먼 길을 온 두 친구를 기다렸다. 같은 나라에 살아도 사는 지역이 달라 자주 보지 못하던 친구들을 이 머나먼 이방의 도시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익숙한 얼굴들을 낯선 풍경 속에서 마주할 생각에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설렜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지만, 호텔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어수선했다. 이스탄불 시장의 갑작스러운 체포 소식에 도시는 술렁이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 총을 멘 군인들이 서 있고, 시위대의 함성이 공기를 메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과연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Day 2 시장의 활기와 신의 위엄

다음 날 아침, 다행히 도시는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우리는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그랜드 바자르로 향했다.

"구경하고 가세요!"라며 능숙한 한국어로 말을 거는 상인들 덕분에 오래전 한국의 재래시장에 온 듯 푸근한 착각이 들었다.

화려한 직물과 정교한 공예품들 사이를 헤매다 인상 좋은 주인을 만나 소박한 기념품 하나를 손에 쥐었다.

탁한 바자르의 공기를 벗어나 향한 곳은 블루 모스크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섯 개의 첨탑(미나레)을 가진 이 성소는 푸른 타일 돔 아래 정교한 문양들이 빛나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그 경건한 푸른빛 속에 머물자, 어제의 불안은 어느덧 차분한 평화로 바뀌었다.

오후에는 전통 가옥의 정취가 살아있는 베이파자르(Beypazar) 마을을 찾았다. 하얀 벽과 나무 창틀이 조화로운 골목마다 이름 모를 향신료 냄새가 배어 있었다. 갈증을 달래준 갓 짜낸 당근 주스는 여행자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해 질 녘 베이파자르 언덕에 올라 붉게 물드는 터키의 하늘을 보며, 나는 비로소 이 땅과 깊이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

Day 3: 소금의 평원과 신비의 지하도시

여정은 수도 앙카라로 이어졌다. 한국 전쟁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한국공원에 들러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타국에서 마주한 우리 역사의 흔적은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적셨다.

다시 길을 떠나 도착한 곳은 투즈 호수(Tuz Gölü).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 너머로 하늘과 땅이 맞닿은 하얀 소금의 세상이 펼쳐졌다. 매서운 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을 듯 추웠지만,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그 평원 위에서 우리는 잠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저녁 무렵 드디어 카파도키아에 입성했다.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던 지하도시 데린구유였다.


개미굴처럼 좁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며 생각했다. 이 척박한 지하에서 그들의 삶을 지탱했던 신앙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동굴 벽에 남겨진 손때 묻은 흔적들이 말 없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