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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Jun 21. 2022

길을 잃어도 우주에서

루퍼트는 퇴원하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줄 알면서도 집사인 내가 알아서 해 주니, 물 마저 스스로 마시지 않으려 한다. 처음엔 조금 걱정했지만, 내가 안 볼 때 혼자 물 마시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14살이 다 되어가니, 사람처럼 내 마음을 들었다가 놨다가, 참으로 재미있는 강아지다.


병원에서는 루퍼트가 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도저히 살 수 있는 조건의 아이가 아니라며. 왜 내가 계속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는지,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런데 안락사를 권한 이후부터, 루퍼트는 기적적으로 또다시 기력을 회복했다. 병원에서도 아마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 것이다. 의학으로만은 설명 안 되는 우리 불사신 루퍼트.

하지만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함께 하는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시간이 평화롭고 즐겁게 유지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다. 오늘 피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좋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된다. 병원에 가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하루 종일 누워있는 루퍼트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프지만 말이다. 프랑스 상세르 지역에서 나온 소비뇽 블랑의 쨍한 맛을 느끼며, 어쩌면 그 지역 여름, 정오의 태양이 이렇게 강렬하게 내 정수리를 타들어가게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아빠가 출장 가기 전에 나 먹으라고 만들어 놓은 호박나물과 시금치나물, 그리고 꽈리고추 멸치볶음을 곁들여 먹으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혼자였다면 감당 안되었을 나날들이 아빠 덕에 그래도 견딜만하다. 오늘은 출장 간 아빠의 빈자리가 허전하지만, 아빠가 끓여놓은 미역국을 먹으면 그래도 힘이 더 날 것이라 믿는다.


오늘 누리호가 우주로 쏘아졌다고 하는 뉴스가 하루 종일 들렸다. 인터넷과 티브이가 불안정하여 통신사 기사님을 섭외하여 고장 난 곳을 고치도록 부탁한 오늘. 결국 원인은 접촉 불량이었고 선을 갈아 끼우면서 테스트로 티브이를 틀었는데, 채널을 돌릴 때마다 누리호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인터넷 기사님께 이렇게 역사적인 날 수리하시러 오셨군요. 영광입니다라고 전해드렸다. 기사님도 그렇네요,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영광이네요 라며 답하셨다.

오늘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였고, 여수 어딘가에서 쏘아 올려진 우주로의 야망이며... 그래 미국엔 보이저가 있다면 우리에겐 나로호가 있지. 요 며칠 전 세계적 상을 받은 임윤찬 연주가의 멘델스존 연주를 떠올려 보다가.

우주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태양계를 벗어나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의 사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칼 세이건은 그 사진을 남기기 위해 8년을 설득했다고 하지.

해야  일을 하는 것인데  마저도 오랫동안 누군가를 설득해야   있는  세상.내가 사는  세상.

작은 점에 불과한 그 지구에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서로를 물어뜯고 살 필요가 과연 있나 모르겠다.


여기서 질문 - 살고 싶다는 이유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삶을 허용해 달라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인가?

아파서 치료를 받으며 그렇게 생명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가?  멀리서 보면 우리는 그저 그런 존재일 텐데...


그러다가도 소중한 루퍼트를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픈 내 마음이 자연을 거슬리는 건지, 내 욕심인 건지, 루퍼트도 원하기에 함께 이겨내고 있는 건지... 어쩌면 이 모두가 '자연법칙'에 포함되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만 아무런 힘없는 인간으로서 무기력하게 이기적 내 마음으로 말하자면 그래도 영혼만큼은 영원하고 싶구나. 너와 나의 시간만큼은 영원할거라 생각 하기에 통장은 텅장이 되어간다 해도, 너도 내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것을 아는 이상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고.

너를 포기하지 말라며 다 잘될거라 생각하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한번  내본다.


언젠가 이 마음을 우주로 쏘아 올려볼까, 너와  가까워 질 수만 있는 그 시간 속으로 갈 수만 있다면.



https://youtu.be/DOyPt2rxC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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