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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Dec 07. 2020

Take me to Phoenix

오늘따라 애리조나의 석양이 그립다.

*피닉스는 애리조나의 수도이고, 내가 10년넘게 살았던 곳이다. 


오랜만에 사진 이야기를 꺼내본다. 초반에 애리조나에서 작업한 이미지들 몇 장 공유하려고 한다. 

내가 살았던 애리조나는 석양이 특출 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그 어떤 주에 가도 이런 석양을 볼 수 없었다. 애리조나는 사막지대인데 사실 그 위에 도시가 세워져 있는 것은 신기루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거대한 도시를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에너지와 재원을 생각하면, 차라리 도시 자체가 없는 게 낫지 않나, 저 천문학적인 돈을 불태워 없앨 만큼 그렇게 우리 인류는 풍족한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여름엔 40도가 넘는 더위에 마치 오븐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안 그래도 건조한 지역인데 불볕더위까지 합세하니, 덥다는 말로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래서 에어컨과 가습기는 24시간 돌아간다. 종종, 전력이 부족해 정전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애리조나에서 살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묻곤 했다. 여전히 거기에 대한 답은 없다. 그냥, 캘리포니아보다 살기 저렴해서... 가 가장 큰 이유였으니. 

실제로 살기가 매우 좋은 곳이다. 생활비는 한국에 비해 항상 싼 편이고. 물론 건강보험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라,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프지만 않으면 천국이다. 


사막의 노을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단순히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아름다운데 공허하고, 쓸쓸하고, 이상한 컬러 조합이 있고... 불타오르는 듯하다가 절정에 이르면 바로 사그라드는. 떠나고 싶은데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리운데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마음도 든다. 한마디로 말로 표현이 잘 안된다. 

마치 하와이에서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애리조나에서는 이렇게 특별한 하늘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애리조나에서의 생활은 사실 7월쯤 되면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열로 인해 체력이 저하된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9월까지 보내면 겨울이 찾아오는데, 그것 아는가? 사막의 겨울은 그 어느 곳 보다 춥다. 땅 구조상 지열이 금방 빠져나가, 뼛속까지 추위가 스며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아서 털코트가 딱히 필요 없다는 것. 난로 하나면 충분하다. 살기에는 꽤 척박해도, 저렇게 멋진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애리조나가 좋았다. 나는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피닉스로 향해 가고 싶지만 글쎄다. 지금으로써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지. 


비현실적으로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마치 추상적 페인팅 작업물 같지 않은가?

이건 2009년 필름 카메라로 찍은 거다. 애리조나에서는 사실 딱히 할 일이 없고 일상이 느리게 지나가는 편이라, 가끔 쇼핑몰에 놀러 가 사람 구경을 하고 집에 오곤 했다. 이날 이케아에 갔다가 주차장으로 나오니, 이런 멋진 풍경이 하늘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 날 운이 좋게도 카메라가 있었고, 석양이 없어질까 두려워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이 사진을 공개했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은 "훌륭한 포토샵 기술을 가지고 있군요". 하지만 포토샵을 쓸 필요가 없이, 정말 하늘이 저런 걸. 그래서 정 믿지 못하겠으면 한번 애리조나로 와보고 말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사진을 보고 있는 나 조차도 믿을 수가 없다. 정말 그랬었나, 기억너머에 있어서... 잘 모르겠다. 다시 애리조나 한번 가서 확인하고 싶은데. 지금 비행기 타기는 힘드니까, 사진으로 도시를 내 일상 속으로 소환해야겠는걸. 


다른 느낌의 석양. 
집 앞에서. 2010년에 찍었다. 


다른 느낌의 석양 II. 동네 산책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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