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잘린송 Dec 18. 2020

창밖을 봐, 눈이 온다.

눈이 쌓인 며칠 전 우리동네.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 올 한 해는 코로나라는 광기가 세계를 뒤덮었다. 여행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외출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겨울이 깊어져 가는 이 시점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90년대, 세기말. 모두가 지구종말을 외쳤을 때 낙관자들 보다 비관론자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마 당시의 인간들은 자신들이 지구의 역사적 순간을 보고 죽는 것이 명예로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만약 종말이 다가왔다고 해도 그것을 목격한다고 한들, 종말 이후라면 그 누구 하나 종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가 없는데도 말이다.


21세기가 들어섰고 이미 20년이 흘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구종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제는 구닥다리식 감성이 된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재앙이 다가오면서 이제껏 인간으로서 살아온 우리의 모습에 위기가 찾아온 것 같다. 우리는 인간의 멸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는 백신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꿈을 꿈다. 막상 종말이 곁에 다가오니 사람들은 딱히 비관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 듯하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코로나는 재앙일까? 지금 상황이 과연 재난일까? 우리 인류는 바이러스로부터 희생당하는 것일까?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인간이 저질러 놓은 과오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진 1년 정도 해왔다. 지치는 마음이 드는 것조차 지친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는 그런 말을 들어도 절망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멍든 내 마음에 더 상처 날 곳이 있나? 그냥 이제는 무뎌진 거다. 그런 오늘 밤, 창밖을 보니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어쩌면 함박눈이 올 것도 같고, 그래서 설레기도 하고, 왠지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를 켜고 자면 어릴 때 산타가 가져다 줄 선물을 상상하며 들뜬 기분이 들 것 같다. 모두가 잠든 적막함 속에서 눈 내리는 풍경 덕에,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이 어쩐지 사그라든다. 이 밤 밖으로 뛰쳐나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 몇 장 찍고 싶다만, 또 막상 찍다 보면 두근거림이 사라질 것만 같아 이 환상에 젖어 창 밖만 바라본다. 귀를 기울여보니 눈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킨다. 오늘은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내일 아침엔 많이 쌓여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Take me to Phoenix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