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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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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i Oct 21. 2020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다

<청춘다큐 다시스물 - 커피프린스> 1화 리뷰

MBC 다큐플렉스 <청춘다큐 다시스물 - 커피프린스>는 나에게 ‘일’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좋은 동료란 어떤 사람인가, 좋은 일터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그건 아마 2007년에는 TV에 코를 박고 드라마를 보던 중학생의 내가, 2020년에는 컴퓨터 화면에 코를 박고 일하는 직장인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들어오기 전, 처음 인턴으로 일했던 곳은 HRD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회사였다. 신입사원 입문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나는 강사를 따라다니며 교육 운영을 보조했다. 강사는 어느 회사에 가든 신입사원들에게 늘 같은 말을 했다.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를 깔끔하게 쓰고, 이메일을 보낼 때 참조를 잘 활용하면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는 걸까? 그러나 주어진 일을 쳐내는 것만으로도 허덕이던 시절이었고, 그런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작은 일부터 신경 쓰다 보면 언젠가는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나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학생 혹은 인턴이라는 딱지를 떼고 난 지금은 고민의 깊이가 조금 더 깊어졌다. 물론 여전히 주어진 일을 쳐내느라 바쁘지만, 그럼에도 예전보다 조금 더 깊이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될지, 좋은 동료가 될지. 물론 깔끔한 보고서와 적절한 이메일 참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거기서 좀 더 나아가 닮고 싶은 선배가 일하는 방식을 눈여겨보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계발서를 뒤적여 보기도 한다.

그러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나에게 이 다큐멘터리는 최근 내가 읽고 보았던 그 어떤 자료들보다 훌륭하게 일과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아래는 내가 <청춘다큐 다시스물 - 커피프린스> 편을 보며 얻은 ‘좋은 동료’에 대한 힌트 세 가지다. 좋은 동료를 만나고 싶은 만큼 나 역시 좋은 동료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힌트를 참고해 보면 좋겠다


1. 자극이 되어주는 동료


배우 공유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는 남장 여자인 고은찬(윤은혜 분)을 사랑하는 재벌 3세 최한결을 연기했고, 이 작품을 통해 당대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그 인기는 1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을 시작할 당시 공유는 연기자로서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돌 출신의 연기자인 윤은혜가 상대역으로 괜찮겠냐는 담당 PD의 물음에 당시 그가 했던 답변이 그의 절박한 마음을 잘 보여준다. “저는 제가 문제입니다. 상대의 연기를 논할 입장이 아닙니다.”  자기 코가 석 자였다는 소리다.

그런 그에게 자극이 되어준 것은 바로 그 ‘아이돌 출신 연기자'인 상대역 윤은혜였다. 윤은혜와의 첫 촬영에 대한 소감을 공유는 이렇게 요약했다. “어, 장난 아닌데?” 윤은혜는 초반부터 엄청난 몰입도와 에너지를 가지고 연기에 임했다. 그런 윤은혜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공유를 부끄럽게 했고, 성장하게 하고, 정신을 번쩍 차리게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윤은혜는, 공유에게 자극을 주는 동료였다.


공유는 윤은혜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자신을 부끄럽게 했고, 성장하게 했다고 고백했다


2.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동료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주연 배우들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조연 배우들의 역할도 그 못지않았다. 드라마에서 카페 ‘커피프린스’의 점원을 맡은 세 명의 배우 김동욱, 김재욱, 故 이언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들이었다. 그러나 연출인 이윤정 PD는 이런 신인 배우들을 발탁하고, 촬영 현장에서 뛰놀듯 연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커피프린스’의 점원을 맡은 세 명의 배우 김동욱, 김재욱, 故 이언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들이었다


이윤정 PD가 잠재력을 끌어낸 것은 신인 배우들뿐만이 아니었다. ‘제가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던, 제 코가 석 자인 주눅 든 젊은 배우에게 다시 불을 지핀 것 또한 이윤정 PD였다. 그는 드라마 초반 아직 얼어 있는 배우 공유에게 드라마 작가인 노희경을 만나게 한다. 노희경 작가는 상대역을 연기해주며 공유에게 강한 긴장감과 에너지를 전달했고, 그에 대응하려다 보니 공유의 에너지도 함께 커져갔다. 노희경 작가와의 연습을 몇 번 거친 후, 이윤정 PD는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공유의 연기가 달라졌다고.

그러니까 이윤정 PD는 배우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디렉터이자 동료였던 것이다. 동료가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 적절한 멘토를 제공하는 것, 이게 좋은 동료의 자질이 아니면 무엇일까.


3. 서로의 고충과 행복을 이해해주는 동료


배우 윤은혜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촬영하던 무렵의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천천히 걸음마를 뗐는데 바로 달려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아이돌 가수 출신인 그의 첫 연기 커리어는 당시 장안의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궁>의 주인공 역할이었다. 본인조차도 본인의 연기를 보기 힘들었다는 그는, 아마 천천히 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렸고, 배우로서는 신인이었고,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또 다시 주연 자리가 온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자리일지언정, 그에게는 더없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함께 연기했던 배우 채정안은 그런 그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역시 가수 출신 연기자로서, 또 여성 연예인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은혜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원래 걸그룹이 힘들거든요. 하기 싫은 것도 어른들이 다 하라 그러고. 그렇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하면서는 되게 행복했을 거예요. (맡은 배역인) 은찬이로서 행복했을 거예요.” 채정안이 한 말을 전해 들은 윤은혜는 눈물을 쏟았다. 동료 배우의 이런 마음이 그 당시에도 전해지지 않았을 리 없다.


동료 윤은혜가 가진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던 채정안과, 그 마음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리는 윤은혜


나의 고충을, 또 나의 행복을 이해해주는 동료를 일터에서 만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고, 또 그래서 몹시 귀하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이 살만하다는 이야기는, 일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서로의 고충을, 더 나아가 행복을 이해해주는 것, 그게 좋은 동료의 자질이 아니고 무엇일까.

배우 이선균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촬영 현장을 “조금 일찍 와서, 조금 늦게 가고 싶은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일반 직장으로 치환하자면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고 싶은 직장이라는 의미인데, 아니 세상에 이런 곳이 어디 있나 싶다. 그러나 <청춘다큐 다시스물 - 커피프린스> 편을 다 보고 난 다음에는, 그런 직장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서로의 자극이 되어주고, 잠재력을 끌어내 주고, 고충과 행복을 이해해주는 동료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런 좋은 동료들이 있는 곳이라면, 이른 출근 늦은 퇴근,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아직 주어진 일을 쳐내기 바쁜 N개월 차 사회초년생이지만, 내 한 몸 건사하기 바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동료가 되어주고 싶다고, 13년을 건너온 이야기를 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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