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디테일사전(도시편/시골편)

작가를 위한 배경 연출 가이드 <디테일 사전>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가 되고 나서 다른 이의 책을 읽고 리뷰하는 일이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예전에는 읽었던 책에 대한 얘기를 짧게 한 문장으로 SNS에 올리거나 메모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디테일 사전 표지

사실 지금 나는 새로운 작품 구상차 도서관을 배회하며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 우연히 안젤라 애커만 & 배카 푸글리시가 쓴 <디테일 사전>을 누군가로부터 소개받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작가를 위한'이란 표현이었다. 이 작가의 전작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 <트라우마 사전>을 유용하게 읽었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너무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사전>이 캐릭터의 구조 형성과 방향성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이었다면, <디테일 사전>은 작품의 내용을 좀 더 세련되고 풍부하게 채워줄 수 있는 배경의 재료들을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때문에 혹시나 리뷰를 읽고 책을 읽어 보실 분들은 전작을 먼저 읽어 보고 <디테일 사전>을 읽는 것이 더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  

작가 소개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작가가 되기 위해 습작을 하게 될 때 가장 먼저 찾는 실용서는 아마도 스토리텔링 관련 책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다음 찾아본 책은 캐릭터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때 나는 애니어그램 성격유형과 분석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트라우마 사전은 2020년에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책들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못한다. 오히려 책을 읽고 나면 내가 과연 저런 요건에 맞는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작품 초고를 먼저 쓰고 난 뒤에 이런 책들을 참고해서 내 이야기가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할지 가늠해 보곤 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디테일 사전>을 읽으면서 내 두 번째 장편소설 <복수전자> 생각이 났다. 작품 후기에서도 밝혔지만 <복수전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왕십리 어느 골목에 있는 이상한 전파상을 1년 정도 지켜보다가 만들어진 작품이다. 많은 부분 허구와 상상력이 더해진 복수전자라는 배경은 실제 모델이 되었던 그 전파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예 다른 작품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특정 장소의 디테일은 작품의 배경 연출뿐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요한 시작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목차

 기본적으로 작가들은 작품의 구성이 끝나면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에 답사를 가거나 취재를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 과정을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배경을 분류하고 공감각적인 예시를 들어 말 그대로 디테일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모든 배경을 이 책대로 참고할 수는 없겠지만, 작품을 쓰기 위해 구상했던 장소를 <디테일 사전>에서 미리 확인해보고 장소 답사를 하게 되면 좀 더 다양한 시점에서 배경을 관찰하고 묘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반대로 장소를 먼저 답사하고 <디테일 사전>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연극의 4대 요소는 배우, 희곡, 관객, 그리고 무대라고 한다. 연극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소설의 배경은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디테일한 묘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테일 사전>은 아날로그 시대 학생들의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던 영어사전처럼 지금의 작가들에게 무척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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