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삶에 차근차근 배치하기
그 어느 때보다 주어진 시간이 굉장히 많은데, 이 귀한 시간들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른 지 오래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하루가 모자란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었는지 곰곰이 떠올려 본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느라 바빴던 시절이 있었고, 일 년에 꼭 한 번씩은 가보고 싶었던 나라로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서만 느낄 수 있던 설렘, 자유,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마주하고 그로 인해 또 다음 시간을 살아갈 동력을 얻을 때가 있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즐거움으로부터 전부 시큰둥해져 버린 것만 같다. 경험의 축적이 나의 취향을 단단히 만들어 줄거라 생각했는데, 무수한 경험들은 내성이 쌓여버려서 도리어 나를 무딘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보았던 문장 하나가 남아있다. 배우 이청아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한 이야기인데, '좋아하는 것을 삶에 차근차근 배치하세요’ 라는 말이었다. 차근차근, 배치하세요. 그간 내 일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 바로 저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일과 나를 정신적으로 분리하지 못했던 나는 일상에서 일을 빼버리고 나니 이 널럴한 시간들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다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앞으로의 날들에 차근차근 배치하고 싶어서 글쓰기 워크숍을 신청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싶은지,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탐색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과거가 아닌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것, 지금 내 눈길이 자꾸만 향하는 것, 알아보고 싶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서. 설령 끝끝내 찾지 못할지라도 이 탐색의 과정들이 사라지지 않고 글로 남아 있어 준다면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았구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고 가 아닌, 모든 허울과 설명으로부터 벗어난 지금의 나라는 사람에 대해 끝까지 들여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