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압정

집단주의에 영향받는 외향성 사람의 아이러니

by 로즈버드


서은국 교수는 행복이란 주관적으로 느끼는 신체적+정신적 즐거움의 합으로, 언제 어디서든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행복감을 느끼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선천적인 기질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다수의 연구에서 행복과 관련된 대표적인 특성으로 "외향성"을 반복적으로 꼽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행복감이 켜지는 순간은 인간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을 만났을 때 발생하는데 대체로 인간에게 중요한 자원이자 가장 재미를 주는 것은 "사람"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이라는 것. 이는 내향인들도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다만 외향인과 내향인의 사람으로부터 얻는 자극 수의 역치가 다를 뿐이라는 것.


UN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대한민국은 50위 권). 이들 국가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적인 특성은 "개인주의" 철학이 강하다는 것이다. 개인주의라는 개념은 늘상 이기주의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개인주의란 개인의 가치, 생각, 철학 등을 틀에 가둔 채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도를 보장받기가 어려운데, 이 집단주의 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 일본, 싱가포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국가들의 행복감이 낮다.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늘 평가가 이루어진다. 평가를 받고, 나도 모르게 타인을 평가한다. 서은국 교수는 사회비교가 행복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경험이라 말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교과서적인 그림이 언제나 제시되고, 이 기준과 구성을 갖추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하다는 논리에 휘말리게 되면서 사람들은 점차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행복은 즐거움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존재를 발견하고, 많이 배치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까지가 유퀴즈에 출연한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님이 한 이야기의 요약이고, 여기에서 매 순간 내가 겪는 어려움과 아이러니를 깨달았다. 나는 기질적으로 사람을 만나 기쁨을 느끼는 외향성이 강한 사람인데, 동시에 교수님이 짚은 집단주의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인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교과서적인 삶에서 나 역시도 성취와 만족을 느껴서 그걸 목표로 두었는데, 20대부터는 나름대로 삶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애초에 나를 둘러싼 환경, 나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사회집단의 성향, 그리고 의식해서 노력한다지만 한국 사회의 정상성이라는 유혹에 자꾸만 흔들리는 나는 매번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갈팡질팡하고 만다. 내향성이 큰 사람이라면 타인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어 덜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그렇다면? 사람이 즐거움을 주는 가장 큰 존재라지만 사람 외에 즐거움을 주는 존재를 많이 만들어야지. 서은국 교수는 일상 속에 행복 압정을 많이 깔아놓으라는 비유를 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일상에 사소한 행복 압정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해서 도장 깨듯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서 낯선 곳을 돌아다니는 그 두렵고도 설레는 감각을 즐겼고, 워낙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해서 수시로 이야기 콘텐츠를 보며 즐거움을 자주 느꼈던 것 같은데 그 둘로부터 오는 즐거움이 예전만 하지 못해 무뎌져버린 지 오래다.


남은 2024년의 목표는 지금의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행복 압정을 찾아내기.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일상 속 여기저기 깔아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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