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만치 12년이 걸렸다
2011년 여느 대학생처럼 복학을 앞두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에 면허를 따기로 결심했다.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에 충동적으로 어느 학원에 등록했는데 그곳은 장내에 연습코스가 있지만, 시험은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치러야 했다. 연습장과 시험장의 차선 수, 폭 등의 주행 컨디션이 다르다는 사실은 나를 벌벌 떨게 만들었지만 일단 기능은 한번에 합격했다. 이어서 도로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 있던 학원 위치상 대체로 연수 시간이 교통체증에 갇혀 날리는 경우가 많다는 후기를 접했다. 이상하게 미루고 싶던 내게 나타난 적당한 핑계거리였다. 1년 내로만 시험을 치르면 된다길래 복학부터 한 나는 다시 방학이 되어서야 서울보다 훨씬 한산한 경기도에서 연수를 받고, 그렇게 면허를 땄다.
뚜벅이 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면허를 딴 이후에 단 한차례도 운전을 한 적이 없었다. 면허증은 주민등록증과 더불어 또 하나의 신분증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그러던 2020년 어느 날, 새벽에 급하게 응급실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택시를 타기도 죄송스럽고 그날따라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 줄 사람도 없었다. '아, 만약 운전을 했더라면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 난생처음 운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사회생활도 10년이 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내게 막연하지만 한 단계 성장하고 싶다는 경험 그 자체가 간절해진 순간이 문득 찾아왔고, 그때 내게 가장 적절한 도전은 운전이었다. 실은 운전은 오랜 시간 내 안에서 키워온 회피의 실체였다. 살면서 마음 먹은 일들은 대체로 평균 수준으로 시작해왔던 내게 운전은 '초보'라는 미숙한 단계를 견디고 지나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전까지의 나는 조금이라도 내 상태가 수준 미달이거나 노력을 요할 것으로 짐작이 되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않곤 했다. 마치 내가 그 일은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는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이 마음을 극복해내고 싶었다.
10년 만에 도로연수를 받았다. 그런데 강사님의 교육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았다. 한껏 주눅이 들어버린 나는 고작 3일 운전대를 잡고 '하기 싫어진' 단계에 접어들고 말았다. 분명 그 전까지는 언젠가 해야 하는데 계속 외면하고, 미루고 있는 일, 그렇지만 막상 하면 곧잘 하겠지 싶었는데 되려 의지는 꺾였고, 두려움의 사이즈가 더욱 커져 버렸다. 기껏 10시간 도로연수를 받고 2년 간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하는데'는 또 다시 일정주기로 찾아왔다. 살다 보니 한번씩 운전이 필요한 순간이 불쑥 찾아와서 신경을 건드렸다. 이젠 정말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부딪혀 보기로 하고 덜컥 차부터 샀다. 운전 트라우마를 극복 시켜줄 선생님도 찾아서 도로 연수도 다시 받았다. 그리고 지금, 서툴지만 차를 끌고 다니고 있다. 막상 운전을 하게 되니 ‘내가 드디어 해냈어!’ 싶은 벅차고 감개무량한 마음은 아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품어 왔던 두려움이자, 내가 스스로 정해버린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할거란 막연했던 그 마음을 넘어선 이 경험 자체가 값지게 다가온다.
이건 운전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