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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매니저 Dec 27. 2021

어떤 희생은 세상을 바꾼다.

루이 15세를 습격한 다미앵의 끔찍한 처형이 프랑스 대혁명의 기폭제 되듯

어떤 희생은 세상을 바꾼다.

비록 그 희생의 순간에는 그게 누군가의 패배처럼 보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희생이 가져다준 충격이 서서히 세상을 물들여 간다.


마치 민들레 꽃의 존재는 그 순간 사라져가도,

바람을 타고 흩뿌려지는 민들레 씨앗들이 널리 퍼져

이듬해 민들레로 가득 채워진 너른 공터를 만날 수 있듯.




루이 15세를 습격한 로베르 프랑수아 다미앵은 그 죄로

파리 그레브 광장에서 거열형에 처해진다.

제대로 된 오락거리도 없고,

왕권신수설 및 엄격한 사회제도 하에서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당시 대다수 시민들의 유흥거리라고는

누군가가 찢겨져 죽는 끔찍한 공개처형 뿐이었다.


사형수의 끔찍한 비명도 관중들에게는 한낱 오락거리일뿐었다.

누군가가 죽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그레브 광장 인근의 호텔방은 예약이 미어터졌다고 한다.

다들 빨리 죽여라, 더 잔인하게 연출해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높였다.



"왕권이 이렇게 절대적이다,

왕권에 대항하는 악에게는 참혹한 죽음 뿐이다."


신분제의 억압에 고통받으면서도 그 때만 왕권에 동일시된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 정의가 승리한 듯 쾌재를 불렀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다미앵의 죽음은 왕권에 대항한 자에 대한 패배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런 의구심이 자신도 모르는 채 싹텄을 것이다.


한 사람이 자기한테 피해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한 사람을 저렇게까지 잔혹하게 죽여야만 하나?

왕이나 시민이나 모두 동일한 인간 대 인간일 뿐인데.



그리고 20년 뒤,

자신을 죽이려던 아버지를 정당방위를 행사하다 실수로 공격해서 죽게 만든 청년이 수레바퀴형으로 처형되게 된다.


이제 사람들은, 누군가가 지나치게 잔혹한 방식으로 사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희열을 느끼지 않는다.

군중들은 그 청년의 사형 집행을 적극적으로 막고 그를 구출했다.



20년 전 오체분시된 다미앵의 정신은 결국 세상 사람들의 의식을 바꿨다.

다미앵은 사망한 뒤 20년 뒤에 비로소 승리를 거둔 것이다.  




나도 그런 식으로 내 존재를 희생해서

뒤이어 올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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