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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없는 동정심은 선행이 아닌 악행입니다.

줄여서 지없동이라고 써서 유행어를 만들고 싶은 말

by K매니저

'지혜 없는 동정심'이라는 어구를 많이 떠올립니다.

출처는 위기철 선생님의 메가 베스트셀러 '논리야 놀자'시리즈입니다.


'지없동'이라고 편리한 줄임말로 쓰면서 개인적으로 유행어로 만들고 싶지만 이 단어가 유행어가 될 경우, 사회에 불어닥칠 부작용이 너무 커서 유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양가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아무튼 지없동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은 채 순전히 그 순간에 약해 보이는 쪽을 동정하는 얄팍한 선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ex) 윤석열 담화를 들은 대구 서문시장 상인.

야당이 자기 말 안들어주니까 저 사람도 얼마나 외로웠겠어,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감옥 간다니까 불쌍하네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사적으로 무력을 악용하여 국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맥락은 왜 빼시는...?


그리고 지없동은 절대 선행이 아니라 '약한 사람을 위하는 정이 많은 나'에 취해있는 나르시시즘이고 오히려 악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없동을 너무 많이 당했거든요. 분명히 내가 피해자인데 지없동을 행하는 제 3자의 난입으로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서 비난당한 적이 많아서 지없동을 굉장히 혐오합니다.


그래서 지없동이라는 말이 나만의 단어가 아니라 만인의 유행어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단어로 지칭되어야 행위가 명확히 인식되니까요.


하지만 유행어가 너무 남용되어 언중들 사이에서 뇌절할 때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단물 빠진 유행어가 으레 그렇듯, 지칭하는 대상 이상의 범주까지 도매금으로 싸잡아 가리키며 세상에 혐오의 총량을 키우니까요.


ex) 독성적 긍정주의를 경계하기 위해 생겨난 '대가리 꽃밭'이 현실적인 긍정주의자에게까지 남용되며 긍정적인 사람 전반을 조롱하는데 쓰임


지없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나면 보통의 측은지심에서 우러나온 동정심마저 지없동의 개념에 포섭되며 동정심 자체가 어리석은 행위로 매도되지 않을까?


가령 재해를 당한 이웃을 위해 성금을 모으는 것도, 잘못은 저지른 어린이를 용서하는 것도 전부 지없동이 되지 않을런지.


아무튼 전 세상 사람들이 인을 적절하게 표출하고,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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