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못 만들어도 내 솜씨

by MONAD

소금빵을 만들어 보려다가 그냥 내가 좋아하는 베이글을 만들기로 마음을 바꿨다.


만드는 방법은 비슷한데 그러니까 디테일, 세부사항이 좀 다르다.

베이글에는 버터가 안 들어간다.

그러나 소금빵에는 버터가 손가락 굵기만큼 들어가는 것 같다.

베이글은 끓는 물에 한번 튀긴 후ㅡ 굽는다.

소금빵은 버터에 의해 굽는 동안 튀겨지는 것 같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밀가루부터 물까지 넣는데 10분이 안 걸린다.

만드는 과정은 힘이 필요해서 그렇지 식혜 만드는 과정보다 덜 번거롭게 여겨진다.


먹고 싶은 것은 많은데, 공급이 어렵다 보니 모든 게 가내수공업이다.


그러다 보니 가내수공업의 꽃, 손으로 다루는 모든 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오븐은 부엌의 붙박이 가전제품이다 보니 맘만 먹으면 뭐든 제빵은 만들 재료가 구하기도 쉽고 만들기도 쉽다.


사실 시판하는 빵아저씨얼굴이 그려진 '크로와상 만들 냉동 반죽'으로 소금빵을 만들어 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그 반죽으로 만들면 빵이 얼마나 유들유들, 느끼 느끼하겠는가..


도넛처럼 작은 베이글을 만들며 만족한다.



여긴 도넛가게도 드문드문 있어서 크리스피 도넛을 사려면 거의 한 시간을 차로 달려야 한다.


가끔 월마트에 가면 다 식은 크리스피를 만나기도 하는데 그건 정말 생각보다 맛이 별로다.

한 시간 달려서 막 나온 도넛을 앉은자리에서 다섯 개쯤 먹고 나면 느끼는 행복을 하나도 느낄 수가 없다.


베이글은 집 근처에 전문점이 있다. 그래서 맘만 먹으면 입맛에 딱 맞는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을 맘대로 선택해서 새벽부터 먹을 수가 있지만.....


그것도 사러 가기 귀찮으면 그냥 만드는 게 훨씬 더 편하다.


베이글을 만들어서 플레인 요구르트에 그냥 찍어먹는 게으름이 마냥 좋을 때가 바로 비가 잔뜩 오는 날이다.


베이글 만들어 구워지길 기다리면서 영화 한 편 보기 시작하면 어느 날은 지루한 하루가 그냥 흘러가기 때문이다.


영화 볼 때, 같이 먹는 것은 어쩌다 사귄 다람쥐에게 주려고 산 견과류지만 견과류는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아서 정말 좋다.


베이글을 만들 때 모양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만들어보면 파는 베이글 같은 도톰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언제나 이상한 베이글이 되고 만다.


내가 만든 베이글은 날씬한 베이글밖에 없어서 딱 한입감이다.


오늘은 베이글을 여섯 개만 만들었다.


빵 굽는 냄새가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