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만들어도 내 솜씨
딸기가 맛없는 곳에 살고 있다.
사실 딸기가 정말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기억하고 있는 딸기보다 맛이 없는 거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딸기가 지나치게 맛있으면,
아무리 오늘 만난 딸기가 신선하고 좋아보여도, 그리고
그 맛이 나의 기억과 비슷하지도 않다면 다 맛없는 딸기가 되어버린다.
마치 미각을 지닌 나의 혀가 어떤 마법에 걸린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는 곳의 딸기는 진짜 맛이 없다.
그러나 이 곳의 딸기는 제 철인 여름에도 자주 보인다.
딸기가 자주 보인다해도, 딸기가 맛없는 곳에 살면 딸기를 사서 그대로 바로 한 입에 먹는 일이 드물다.
눈 내릴 듯 추운 날씨에 출시되는,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맛있는 딸기 맛에 맛 들여진 입맛이란...
이젠 고칠 수가 없는 나의 불치병이다.
그런데 말이다, 왜 딸기 맛이 그렇게 다른 걸까?
그 이유야 사실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맛 들인 딸기 맛은 자연의 맛이 되기엔 지나치게 달달한 감도 있다. 지나치게 달콤했다.
진짜 딸기 맛은 약간 새콤한 게 아닐까?
어쨌든 요즘은 사시사철 볼 수 있는 딸기를 마트에서 사면 난 이제 타르트를 만든다.
타르트를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빵맛에 길들여진 내 입맛은 타르트에 쉽게 호응해주지 못하는 심술을 조금 갖고 있다.
피자에 피자도우가 있듯, 타르트에는 타르트 도우가 있는데 내가 처음 맛본 타르트 도우는 정말 딱딱하고 퍼석퍼석 맛없는 도우였기 때문이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아마도 그런 종류의 식감을 지닌 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간식취향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내가 타르트를 직접 만들 줄이야...
미처 몰랐다.
여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가 타르트를 좋아하면 좋아하지 않는 타르트라 해도 나는 배워서 만들 수밖에 없다는 직접 일부러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한다.
어디선가 블루베리 치즈 타르트를 맛보고 온, 나의 이쁜이가 만약 타르트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면 난 절대 거절하지 못한다.
처음엔 지역 신문에서 본 레시피대로 만들었다.
밀가루, 버터, 달걀, 기름... 재료는 나름 아주 훌륭했다.
그런데 정말 내게 맛이 없었다.
기대에 차서 맛을 본 이쁜이도 실망이 컸는지 그 뒤로 타르트 타령을 하지 않았다.
그뒤로 나는 맛있는 타르트를 한번 만들고 싶었으나 다시 만들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먹음직스러운 딸기 한 팩 때문에 나는 맛 좋은 타르트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
딸기가 먹고 싶다는 요청에 산 딸기는 맛이 없어 한입 먹고 다들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보이는 모양이 그렇게 휼륭한데 맛ㅡ은 대체 왜 그럴까?
사실 맛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맛을 구별하는 내 입맛의 문제였지만 딸기는 인기가 없었다.
나는 고민고민하다가 그 딸기로 다시 타르트를 시도해보고 만들었는데 내가 싫어하는 타르트도우가 아니라 좋아하는 도우로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재료를 바꾸어보았다.
밀가루대신 아몬드가루와 찹쌀, 달걀, 올리브유대신에 코코넛 기름 그리고 무염 버터는 양을 팍 줄였다.
버터는 왜인지 넣고 싶지 않았으나, 심장이 쫄아서 나같은 요리초보는 정해진 재료를 무모하게 없는 재료처럼 뺄 수는 없었다.
없는 빵재료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주변 큰 마트에 일부러 가서 아몬드가루를 사다가 찹쌀과 섞어서 타르트 도우를 내 맘대로 만들었는데 아주 절묘하게 만들어져서 맛이 아주 좋았다.
타르트의 밑바닥은 그럴듯하게 부드러웠고 바삭바삭 소리나며 또한 고소했다.
딸기는 꿀에 살짝 절였다가 잘게 썰어 치즈, 꿀, 버터와 섞어 속재료를 만들었고 그 위엔 남은 딸기를 두툼 넙적하게 썰어서 소금,설탕에 살짝 절였다가 듬뿍 얹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전설의 딸기 타르트가 만들어졌다.
이번에도 혹여 실패할까 봐 조심스럽게 일부러 작은 반경의 타르트용기를 사용해서 양도 많지 않았다.
얼마나 맛있었겠는가.
크기가 제법 큰 딸기였기에 반절은 설탕에 절여서 그대로 얼렸고 남은 반절만 사용했어도 아주 풍부한 맛을 내는 훌륭한 딸기 타르트가 되었다.
문제는 그때 그 타르트 도우의 반죽을 즉흥적으로 계량해서, 똑같은 맛을 내는 타르트 도우를 다시 만들기가 영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타르트는 전설이 되었다.
다시 딸기 타르트를 만들때마다 나는 늘 그때 그 딸기 타르트란 말을 매번 들어야만 했다.
그래도 괜찮다.
딸기 타르트는 만들면 금방 바닥 날만큼 여전히 인기가 좋다.
나는 딸기를 씻어 바로 먹기 위해서 사기보단 타르트를 만들려고 산다.
그리고 믿을 수가 없겠지만 똑같은 맛의 딸기 타르트를 만든 적이 한번도 없다.
그 전설의 타르트를 다시 한번이라도 꼭 만들기 위해 여전히 즉흥적으로 계량을 시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전설을 다시 따라잡기 힘들어하는 내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내 나름 여러번 시도했으나 한번도 전설과 같은 맛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뭔가 쫌 다르게 만들어서 내밀 때마다 그 타르트때문에 마음이 민망했다.
그래서 오히려 언제부터인가는 무언가 조금씩 다른 재료를 섞은 딸기 타르트를 만들었는데
딸기와 사과 혹은 딸기와 호두, 뭐 그렇게 말이다.
지난 번 타르트엔 딸기와 바나나를 으깬 속을 넣고 만들었다가 그 물컹한 식감에 질겁한 적도 있었다.
지나치게 많은 재료는 좋은 식감을 망친다는 것을 배운 좋은 경험이었다.
푹 익은 바나나는 바나나 빵을 만드는 게 더 좋다.
그리고 딸기 타르트엔 딸기만 들어가는게 제일 좋았다.
살다 보니 먹어 본 음식은 머리속에 각인 된 그리운 추억 같다.
가끔 차가운 늦겨울 2월의 시작 즈음이나 눈발이 가랑비처럼 흩날리는 초봄, 하우스에서 직접 사 와서 맘껏 먹던 달달하고 시원한 딸기 생각이 간절하다.
추억따라 그리운 것을 몹시 그리워하는 그것도 어쩌면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