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025년 10월 5일

by MONAD

예전에 더 젊은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말들은 이미 어떤 근거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는 건 말하고 모르는 건 그냥 모르니까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는 게 될까?, 궁금했었던 것이다.

모르는 것도 너무 많은 이 세상 일이라서 궁금한 것도 너무 많았던 시절들이 문득 그립다.

궁금해하는 마음도 일상을 재미있게 만든다.


고양이를 가까이 두고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동물들이 지닌 눈빛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지닌 눈빛이다.

아픈 고양이는 혼자 웅크리기 전에 아프다는 걸 알려주는데,

그건 너무나 연약한 표현이라서 쉽게 놓치기가 쉽다.

두 번 세 번 표현해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가만히 앉아있길 좋아하는 고양이일수록 더 잘 모르게 된다.

고양이를 자꾸 이뻐하게 되면,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면,

아무리 연약해도 한 번 알면 다음 번은 더 쉽게 그걸 알게 된다.

사람에게도 신이 주신 놀라운 선물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건 감정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끝없는 관심이라는 부분집합을 포함한다.

관심을 가지면 모르던 걸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된다.

내가 아는 한 이런 마음은 모두 감정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모든 감정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이건 최근에야 든 생각이다.

예전엔 감정에 심하게 휘둘리며 괴로울 때 나는 왜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할까 그저 궁금했었다.

그 괴로움때문에 감정이 사라져야 진짜 자아를 만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진짜 자아는 아는 게 너무너무 많아서 감정이 있어도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게 아닐까?


풍성한 관계는 사람의 감정이 만들어간다.

감정이 없다면 관계란 기계부품 같은 것이 될지도 모른다.

감정의 근본은 같지만 그 표현은 다 각각 다르다.

같은 것인데 서로 다른 모양을 지녔다.

하지만 삶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엔 원래 그런 게 뭔지 너무 모른다.


책 한 권을 어렵게 읽어가며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를 자꾸 만나게 된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일요일, 너무 맛있어보여 바로 먹고 싶어서 사왔다는 어제의 냉동 사과 파이를 데워서 한쪽씩 나눠먹는다.

쓴 커피랑 먹으니 은근히 중독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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