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물었다

그림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그림으로 남은 추억

by MONAD

폴폴 내리는 눈이 잠시 멈추었을 때,

모자쓰고, 장갑도 챙기고, 목도리도 챙겨서,

정말로 오랜만에 백만년에 한번쯤일까?

너랑 같이 나선 길이었다.


폭설이 준 방학같은 하루, 얼마나 좋았겠니?

창가에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을 보면서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스벅의 음료를 든 너와 잠시 마주앉아

캬라멜 마끼아또를 마시는 나,

달달했다.


-그래서 신神이 뭔데요?


우린 그저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불쑥 신神이 나왔다.

그리고 그 대화는 너를 활화산活火山으로 만들어 나를 울렸다.


ㅡ이 세상엔 왜 우리가 모르는게 많을 까?

ㅡ호기심이 없다면 우리도 그냥 새장의 새처럼 살아가지 않을까?


나는 그냥 너랑 같이 마시는 스벅의 캬라멜 커피가 달달해서 맘대로 한 말이었는데...

너는 내 말에 발끈하며 그랬어.


- 새장의 새는 호기심이 없다고 누가 그래요?


그래서 알았지,

나는 사실은 그런 것도 몰라, 모르면서 그랬어.

그러면 그만해야하는데...

바보같은 나는 즐겁게 들떠서 또 종알종알 말하고

너는 내 말을 들으면 대화대신

발끈발끈 곧 터져나갈 화산같은 그런 매서운 의문문만 만들었지.


시무룩하게,

ㅡ우리 대화가 왜 이래,

그럼에도 넌 이미 볼장 다 봐버린 활화산이라 터져야 그칠 셈이었어.


언제나 넌, 점차 시무룩해지는 내게는 결국은 다정했는데 말이야...


자주 못 만나는 젊은 너는 내게 그저 눈으로만 물었어.

- 그래서 요?


나는 그냥 조용하게 터지라고 내버려둘까 하다가

너의 매서운 그 눈빛을 보고 갑자기 살짝 울었지.

아니면 너의 터진 화산의 용암이 모든 것을 굳혀버릴 것만 같았거ㅡ든.


풍경을 가르며 달리는 차안에서 내가 막 펑펑 울면서 그랬어,

ㅡ인간을 사랑하는 神을 만나고 싶어.

ㅡㅡ뼈속까지 인간을 사랑해서

ㅡㅡㅡ정말 잘되길 바래서 ....


너는 또 내 뼈를 때리는 말을 했어,


- 그럼 인간은 神을 그렇게 사랑하나요?

- 우리 모두는 하나쯤은 아마도 신이 힘들어하는 일만 하고 사는데...

- 내가 만약 신이면 그런 거 그냥 바라보기도 힘들걸요.

-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요?

날 강하게 쏘아보는 너의 눈빛.


나는 울다가 입을 벙하고 벌리고, 말없는 너를 잠시 보았지.

알고보니 나도 맨날 신神이 싫어할 일만 하고 사는 것 같은데...


너는 왜 그렇게 똑똑하니?

내 평서문을 모두 의문문으로 바꾸는 너의 그 총기가 부럽다.

나의 헛된 바람을 모두 나의 자아성찰로 되돌리는 너의 그 통찰이 부럽다.


ㅡ 너네 엄마는 좋겠다, 너같은 아들이 있어서..


무심코 나온 말에 돌아오는 너의 날카로운 대답과 물음으로 끝나는 말,


- 좋으면 뭘해요, 만나면 이렇게 저렇게 싸우느라 결국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걸...

- 그런데 울지 좀 마세요, 챙피하지 않나요?


너는 내게 물었다. " 챙피하지 않나요? "

세게 흔들린 종처럼, 계속 징하고 울려오는 너의 목소리.


ㅡ챙피해..

라고 울다 웃으며 말해주고, 나도 속으로만 나.혼자. 그랬어. 다행이다.


가끔말이야 ... 울음이 얼마나 좋은데,

너의 엄청난 활화산도 끌 수 있잖아.

울 둘 사이의 용암이 굳으면 그걸 녹일 수 있는 건 눈물이 아니니까,

제때 흘러나오는 눈물은 참 좋은 거란다.


요즘 너 참 힘든가보다.

새처럼 종알대는 존재가 나라서 더 힘들었겠지?


너는 내게 물었다.

" 울면 챙피하지 않나요?"


울줄 몰라서 활화산이 되는 것보단 챙피한게 더 좋은 나.

너는 그런 나를 조금만 만나고 싶지.

'챙피해' 로 끝난 대화가 조용한 평화를 가져왔더라도

나는 그런 너를 매일 만나고 싶다.


너는 내게 물었다.

그저,

우리사이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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