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가 되면 여러 모임이 있는 탓인지 특히 더 드는 생각, 오늘은 조금은 냉소적인 시각일 수 있으나 솔직한 심정으로 관계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이기에 사람들과 항상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니 관계에 대한 고민은 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할 이유도 에너지도 열정이 되면서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팍팍한 인생에서 다들 저마다 이유와 사정이 있겠지 하며 '그들의 삶, 나의 삶' 경계선을 두는 법을 터득하고 이해할 폭이 생겼다. 관계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잠하게 잠재우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내 감정을 단순하게 정리하다 보니 감정의 무게가 버거운 관계를 접는 것도 더 쉬워졌다.
예전엔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지칠 대로 지쳐 그 끝엔 인연 자체를 매몰차게 잘라냈다면 이젠 넘쳐서 버거운 에너지가 감지되면 그 이상의 마음이 오가지 않도록 차단한다. 본질의 이유는 없는 서로의 목적을 충족하는 관계도 괜찮아졌다. 관계마다 정의를 내리고 그에 맞춰 나를 끼워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여나가게 되었다.
과거의 나는 원체 사람들에게 기대도 없고 그러다 보니 서운할 일도 크게 없었다. 부탁이나 아쉬운 이야기도 최대한 하지 않는 게 상대를 위한 배려로 여겼고 부탁하지 않으려 내 몸은 더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내할 도리는 다했다 생각했기에 후회도 없었다. 나의 슬픔을 나누면 그 사람도 슬퍼지니 반이 아니라 배가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실 나에겐 '나눈다'라는 것은 풍족할 때만 여유로울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로 부탁을 받는 입장의 되었고, 아마 부탁을 잘하지 않다 보니 오는 부탁이 더 부각되는 것 일수도. '나라면 안 그럴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배려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더라. 항상 부탁하는 사람만 부탁을 하고 별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참 미우면서도 거절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댔다. 그러다 끊어버렸다. 관계에 대한 유연함이 부족했던 탓이었겠지.
단단한 관계는 서로 주고자 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 주다 보면 자연스레 받게 되는 것이라 그런 관계가 더욱 깊어간다 생각한다.
받기 위해, 언젠간 필요할 것이라는 명목아래, 관계를 만들어가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더불어가는 삶'이라는 명분아래 있는 듯하여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들을 보면 글쎄,,, 아직은 많이 불편하다.
이러한 복잡 미묘한 인간의 심리전을 거친 결론은 역설적이게도 무미건조하게 관계를 바라보고 정리하게 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묵묵히 내 주위에 내가 '소중하다 아낀다'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 인생과 함께 갈 동반자와 같은 그 사람들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넘치고 흐르는 내 감정을 기꺼이 감당할 더 큰 에너지가 생긴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이유가 아닌 핑계가 되며 어쩔 수 없을지라도 어쩔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찾고 만나고 생각하는 관계.
그러한 몇 안 되는 귀한 관계와 인연을 더 귀하고 값지게 여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에서 '나'를 배제하고 '상대'를 우선으로 보내는 마음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품이 들어가고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하고 싶어 하는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노력은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다.
김광석 님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의 노래도 있지 않은가. 숱하게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과 관계로부터 나를 보호함으로 생기는 단단하고 건강한 에너지로 소중한 관계에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싶다. 넓은 품으로 감싸고 진정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어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