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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line Dec 31. 2021

2021년 회고 - 퇴사, 이직, 적응

남의 돈 받으면서 먹고 살기 힘들다


초심 부여잡기



2021년 1월, 개발자로 취업하고 1년 4개월 즈음되었을 때... 개발을 향한 내 초심은 붕- 떠버렸다. 재밌어서 개발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같이 일하던 개발자분이 '일이랑 취미랑은 달라요'라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취직하기 전에는 일도 재미있게 할 자신이 있었다.



짬밥 좀 먹은 직장인 밍키 | 출처: 트위터 어딘가...



웬걸, 직장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나도 입사 5년차의 요술공주 밍키와 같은 얼굴을 하게되었다(2년차에). 자기계발도 소홀히 하고 스터디나 개인 프로젝트도 하지 않았다. 달라진 내 모습에 스스로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2021년 새해에 회고를 작성하며 공중부양해버린 내 마음을 다잡았다.


> 2020년 회고 - 초심의 공중부양 


초심을 다잡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계획 세우기'였다.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매일 공부 계획을 남기곤 했는데 입사하고나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작성하지 않았다. 계획이 없으니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인생이 살아지더라는.. 참 안좋은 굴레에 빠졌었다. (계획형 인간인 INTJ에게는 적어도 안좋은 굴레였다.) 그래서 노션 블로그에 나와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계획 세우기를 시작했고 어느덧 지금까지 216개의 글을 작성하기 이르렀다.


2019년 ~ 2020년 (215개의 글)
2021년 1월 ~ 현재 (216개의 글)


이렇게 블로그에 내 계획을 공개함으로써 남들이 볼 수 있으니 어떻게든 달성해야한다는 부담감을 스스로에게 질 수 있다. 근데 이것도 사실 오래되면 부끄러움도 무뎌져서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날에도 당당?해지기도 한다. 사실 요즘은 계획을 지키지 못해도 당당하다. 스스로에게 좀 관대한 편이기 때문에 기술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는 게 어디인가!라는 마음이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도파민 디톡스의 도를 아시나요?


5월 초, 이상한 리뷰의 앨리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도파민 디톡스란 일상에서 자극적이고 안좋은 것들을 멀리하는 것을 말한다. 자극적인 음식, 영상, 성욕 등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것들을 멀리한다. 쉽게 말하면 Not Todo List이다. 나는 당시 유튜브로 버리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위해, 유튜브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파민 디톡스를 시작했다.


> 도파민 디톡스 시작하기 - 내 블로그 글

> 도파민 디톡스 일지


나의 도파민 디톡스 일지. 먹는 것을 좋아해 자극적인 음식은 거의 지키지 못했다



나는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해서 이것도 노션 블로그에 일지로 만들었다. 당시엔 도파민 디톡스에 빠져서 블로그에도 기록하고, 주변 직장 동료들에게도 '도파민 디톡스의 도를 아시나요?' 라고 약을 팔아다녔다. 그래서 나와 친했던 직장 동료들은 나의 선한 영향력으로 각자의 도파민 디톡스 일지를 만들어 지키기도 했다.


어떤 분은 SNS 끊기, 어떤 분은 아이스 바닐라 라떼 끊기, 어떤 분은 야한소설(무라카미 하루키의 합법적 야설) 끊기 등등 각자의 도파민 자극제들을 끊으려 노력했다. 사실 내가 도파민 디톡스를 하는 것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도파민 디톡스를 하게 된 것에 더 뿌듯함을 느꼈다.




퇴사와 이직



하 이제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까. 퇴사와 이직은 올해 최고 변곡점이었다.


내가 퇴사를 하게 된 이유는 별거 없다. 이직을 해야해서였다. 사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경영진에 대한 불만 빼고는 딱히 불편함이 없었다. 아니다 연봉이 불편했다. 내가 존경하고 따르던 CTO 분이 나가신 것도 불편했다. 아, 불편했구나.


사실 이런 불만이 있었어도 *내일채움공제라는 족쇄가 있어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냥 직장에서 친했던 분이 이직을 하게 되어 나도 슬슬 이직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내일채움공제: 중소기업청년에 한해 2년 간 회사를 다니면서 매월 소액을 납입하면 1600만원으로 돌려주는 제도


리멤버와 원티드, 링크드인에 이력서를 올려놓고 제안이 오는 것마다 가리지 않고 받았다. 그중 한 군데는 너무 좋은 곳이어서 내가 붙을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좋은 경험이 되겠거니라는 생각으로 과제와 면접을 봤다. 과제는 최선을 다해서 만족했지만 면접은 너무 말아먹어서 끝나고 집에 와서 혼자 꺽꺽 울었다. 내가 이렇게 무지했구나,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면접이었다.



출처: 알 수 없음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아는가? 자신의 무지함을 인지하지 못할 수록 성과는 떨어진다는 현상이다. 메타인지가 떨어질 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공부를 안하게 되니 성적이나 성과가 떨어진다는 얘기이다. 당시 나는 이직 준비를 위해 공부를 계속 해왔던 터라 나름 그래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는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춤을 추는 원숭이였을 뿐이었다.


나의 무지함을 깨닫고 절망의 계곡으로 떨어졌을 때, 면접을 본 곳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기는 불합격도 친절하게 전화로 알려주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합격 전화였다. 엥? 왜요?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찰랑찰랑했으나 당시에는 조신하게 넘어갔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처음 듣는 생소한 직군이라 망설여졌었다. 회사에서 제안한 직군이 '웹 자동화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프론트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희망했지만, 그 회사로의 이직은 개발자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기 때문에 나는 이직을 결심했다.


회사에서는 인력이 급했기 때문에 당장 와주길 바랬고 나는 인수인계를 위해 2주 간의 시간을 두었다. 그 사이 정들었던 동료분들에게 차차 이직 소식을 알리면서 회사 내의 자리도 정리하고 인수인계도 했다. 회사에는 급하게 퇴사 소식을 알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가 마침 연봉협상 이후라 인사팀장님이 조용히 부르셨다.


"혹시 연봉이 부족했나요?"


네.라고 마음 속으로 말했는데, 남아계신 분들을 위해 '솔직히 연봉이 너무 짜요!'라고 말할 걸 그랬다.


사실 나는 연봉보다는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많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3개월 간의 수습 기간도 빡세고 자칫하면 수습 기간이 끝나고도 해고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정말 그 분들과 같이 일하고 많이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회사를 가기 전 그 회사에 대한 영상과 블로그 글, 블라인드 글까지 모두 보았다. 그 회사 사람들은 일을 정말 좋아하고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개발자로서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 사람들이 어떻게 목표를 이루는지에 대해서도 바로 옆에서 관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처럼 나도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개월만 다니고 해고된다 해도 그 시간 자체로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2021년 7월 2일 나는 퇴사를 했고, 바로 다음주 월요일인 7월 5일 새 직장에 입사했다.




적응



온보딩 기간 3개월


입사 첫 날, 내 바로 전 사람이 3개월 수습이 끝나고 정말 해고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3개월만 다녀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왔지만 막상 바로 전 사람이 탈락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바들바들 떨렸다. 만약 떨어지면 다시 직장을 구해야하니 말이다. 그래도 탈락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3개월이라는 시간도 충분히 가치있다는 걸 늘 되새기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정말 3개월만 다닌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여기가 야근이 심하기로 소문이 나있었지만 이미 이직 준비를 하면서부터 새벽 3~4시에 자는 편이었고 아예 밤을 새는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야근은 두렵지 않았다.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아침까지 일하기도 했고, 팀 내에서 엄청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늘 새벽까지 깨있어서 그분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까지 공부하거나 일한 날도 많았다. 그때문에 팀원분들께 지속 가능한 업무를 위해 적당히 일하라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재택 근무나 출퇴근 시간이 매우 자유로워서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자유롭다. 그런데도 그렇게 오바스럽게 열심히 했던 데에는 그분들처럼 잘하고 싶었고 또한 동료분들의 신임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팀원분들께 어떤 동료를 원하는지 물어보고 그런 팀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님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는 '어떻게 하면 동료분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나요?'라고 여쭤보았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대표님의 말씀이 아직 생생하다. 기억나는 대로 써보자면..


업무 능력이 좋아야 신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실력이 그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사람, 열정있는 사람을 따르게 될 수 밖에 없다. 본인은 실력을 기르는 데 왕도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실력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항상 잘하는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그런 사람들에게 많이 질문하고 배우고, 혼자 많이 공부했다. 그를 위해 본인은 정말 많은 것을 포기했다.


'저는 정말 많은 걸 포기했어요'라고 말하는 대표님을 보면서, 그리고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새벽까지도 회사 직원들과 토론하고 밤새 야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이 들었다. 본사에서 온보딩을 하는 동안 그런 대표님 모습 덕에 많이 힘을 얻었다. 그리고 3개월 수습 기간을 지나 지금은 이 회사를 다닌지 벌써 6개월이 다되어 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3개월 그 이후, 현재


지금은 어떻냐고? 흠.. 솔직히 3개월 이후 정식으로 합격했을 때도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이런 생활을 몇 년이고 지속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그래서 일단 수면 시간을 고치기로 했다. 웬만하면 새벽 1시에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요새는 웬만하면 잘 지키고 있다. 합격하고 나서 달라졌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를 지키면서 일하려면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힘들다. 야근때문도 인간관계때문도 아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버그들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 몇 개월 간 매달렸던 프로젝트가 임팩트가 없다는 게 실망스러웠다. 계열사에서 이 직군이 나 혼자이다보니 옳은 길을 찾거나 피드백을 받기도 쉽지 않다. 또한 나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 자리를 비울 때 매우 불안하다. 계열사에 우리 직군이 한 명씩만 있다보니 우스갯소리로 계열사에 가려면 몸이 매우 튼튼해야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정말 체력이 좋아서 아파서 휴가를 쓴 적은 없다. 우스갯소리가 아닐 수도? ㅎㅎ)


다행히도 나의 이런 고통을 팀원들과의 회고 시간에 공유할 수 있었고 내년에 아마 이전보다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이 내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 단위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봐야한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아직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작년 회고 때처럼 이번에도 좋은 답을 찾으리라 믿는다.


올해도 수고 많았다 내 자신! 내년에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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