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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line Jan 07. 2022

나 빼고 다 천재인 팀에서 자괴감 느끼지 않고 일하기

남답게 말고 나답게 일하는 방법



직장인 밸런스 게임,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 빼고 다 천재인 팀에서 숨쉬듯 자괴감 느끼기 VS 내가 유일한 희망인 팀에서 혼자 밭 가는 소처럼 일하기.


트위터에 떠돌아다니는 직장인 밸런스게임.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출처: 트위터


많은 사람들이 전자를 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자는 보람은 있겠지만 우물안의 개구리가 될 것 같고 전자는 괴롭지만 성장의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는데 다들 전자를 선택했다. 나도 그러했다. 처음에는 괴롭겠지만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천재들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그 언저리는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실제로 나는 그런 팀에 들어가게 된다.. 






나 빼고 다 천재인 팀에서 숨쉬듯 자괴감 느끼기



작년 7월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했다. 워낙 잘 알려진 기업이라 다들 쟁쟁할 거라 예상은 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다들 매우 뛰어난 분들이었다. 뛰어난 학력 또는 뛰어난 커리어. 거기에 실력까지. 나는 *스크래핑을 하는 웹 자동화 개발자인데, 우리팀은 이미 스크래핑에 필요한 모든 플랫폼을 개발해놓았다. 스크래핑을 위한 모든 게 갖춰진 왕국 같았다. 그리고 난 그 왕국의 다람쥐?


*스크래핑: 웹 사이트 상의 데이터를 추출해 가져오는 행위


처음엔 주눅이 들었다. 어떤 분은 서비스 배포 시간을 몇십 분에서 몇 분으로 줄이기도 하고, 팀에 필요한 툴을 하루만에 개발하기도 했다. 서비스 개발만으로도 바쁜 와중에 어떻게 그런 것들을 또 개발하는지.. 감탄스러우면서도 한편은 나도 무언가 기여해야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입사 동기들과 우스갯소리로 이 밸런스 게임을 언급하면서 매번 숨쉬듯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곤 했을 정도였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한테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 그래서 우리팀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따라 새벽까지 일하고 그분들이 읽는 책도 읽어보고 그분들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를 공부해보기도 했다. 


영화 8마일 (2002)


영화였다면 *몽타주 기법으로 주인공이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이 나열되며 '그렇게 몇달 후...'라는 자막과 함께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시궁창이다. 아무리 천재들을 따라가려해도 천재들처럼 되지 않았다. 사실은 당연하다. 그분들은 몇년, 혹은 적어도 1년이라도 그렇게 꾸준히 해왔는데 나는 겨우 몇 개월만에 그분들을 따라가려고 했으니 말이다. 


*몽타주 기법: 여러 장면들을 나열해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영화 기법


솔직히 내 욕심이 과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한들 저런 사람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붉은 여왕 효과처럼 내가 3만큼 천재를 따라가면 천재는 또 3만큼 앞질러간다. 결국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는다. 


*붉은 여왕 효과: 진화론에서 거론되는 가설로, 경쟁 대상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생물이 진화를 하게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자생존에서 뒤처지게 되는 현상


자괴감에 빠져있는 도중에 나는 우리 각 팀원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나열해보았다. 누구는 CS(고객 응대)를 잘 처리하고, 누구는 어려움에 빠진 팀원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누구는 팀원들이 사용할 툴을 뚝딱뚝딱 잘 만들고, 누구는 카리스마와 책임감으로 팀을 잘 리드했다. 완벽하다기보다는 각자 어느 특출난 강점이 있었다. 마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보석처럼.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만의 색깔이 있을 거라고.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방법



포기.


그런 생각을 한 뒤 내가 가장 먼저한 것은 '포기'였다. 포기는 보통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지만, 나는 포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고시생이라면 공부를 위해 연애와 친구를 포기하고, 창업자는 성공을 위해 수면과 건강을 포기하고, 부모는 육아를 위해 인생의 일부를 포기한다. 포기는 어떤 목적을 달성할 때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없는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일이다. 


Photo by Zhang Xinxin on Unsplash


그림을 그릴 때 물감도 여러 색을 섞으면 색깔이 탁해진다. 나의 색깔이 있는데 남의 색깔을 덧칠하다보면 내 색깔도 아니고 내가 원하던 남의 색깔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색깔이 된다. 나는 남답게 일하는 게 아닌 나답게 일하기 위해 남을 좇는 것을 포기했다. 




비교하기, 나 자신과.


아는 지인에게 고민 상담을 했었다. '회사에 뛰어난 동료도 많고 모두 열심히 해서 불안하다. 휴식할 때도 이러다 뒤처지는 게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든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 지인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자신과 오늘의 자신을 비교하라'고 말해주었다. 흔히 알고 있는 말이지만 머릿 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좋은 말들은 잊어버리고 생각하고 싶을 대로 사는 때가 있다. 내가 그랬는데 그때 이 말이 굉장히 힘이 되었다. 


나는 매일 자기 전 일기를 쓴다.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이인화해서 나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요즘 내 일기의 주제는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잘했는가? 그런 적도 있고 그렇지 못한 적도 있다. 어제보다 업무에 집중을 잘했거나 일이 잘되었다고 생각한 날은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 못한 날은 우울하고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감정 기록으로만 끝나면 안된다. '뭐가 안좋았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 안좋은 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나 자신과의 비교에서 안좋은 점들을 고쳐나갈 때 나의 색깔에서 탁한 부분은 옅어지고 나의 좋은 점들은 강화되면서 내 색깔이 점점 선명해질 것이다.




작은 성공을 쌓아나가기.


우리 개발팀의 팀훈(訓)이 있다(내 마음대로 정한 거지만). 우리 팀 리드분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씀해주셨는데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별거 아닌 코드가 모여 별거 있는 코드를 만든다


보통 어두운 과정은 안보이고 빛나는 결과만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이나 성과가 급격하게 이루어진 것이리라 믿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업적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사실은 하루하루 노력해서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때문에 우리도 하루하루 매일 작은 성공을 쌓아나가야 한다. 커다란 프로젝트가 있어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질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할 일들을 잘게 쪼개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그 작은 일들을 이뤄나간다. 


그리고 이런 작은 성공들이 쌓여갈 때 내가 잘하는 것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내가 쌓은 보석들이 무슨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보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큰 것을 바라지 않고 작은 성공을 쌓아가보자. 만약 큰 일이 있다면 일을 잘게 쪼개어 하루하루 이뤄나가자. 


우리는 잘할 수 있다! 뽜이팅. 







그래서 내 색깔은 뭔데?


나는 내 색깔이 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솔직히 말하면 내 색깔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답게 일하는 것은 새로운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조각을 깎듯이 원래 있던 것에서 필요없는 것들을 잘라내가며 다듬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나다운 것이 '드러난다'.


다만 내가 이런 색깔을 갖고 있구나라고 느낀 적은 있다. 바로 누군가가 '당신은 이런 면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해주었을 때이다. 나 스스로도 못 보는 부분을 남이 알아봐줄 때가 있다. 내 동료분들은 바쁜 와중에도 다른 팀원들을 지켜보고 잘 챙겨주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주고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켜주시기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회사에 이런 문화가 없다면 손발이 오글거리고 혹은 동료의 피드백에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와 같이 천재들과 한 팀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래서 숨쉬듯 자괴감이 느껴진다면 이 말을 되새겨보자


"나 좀 그만 괴롭히자. 나 믿고 그냥 가자"

-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님의 세바시 강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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