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너 태어나던 날

by 정연우


너 태어나던 날

정연우

명주실 켜던 밤이었단다
달님이 처마밑에서 잠들었는지
내 둥그런 배에 손을 얹은 채 미동도 없길래
그저 삼경(三更)이려니
하여, 눈 붙이고 한잠 자려 했단다

헌데, 니가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명주실 켜서 한필 옷이 되기도 전에
이쪽저쪽에서 쓱쓱 잡아당기는데
품은 해라도 가르는 것인지
뜨겁기가 대장간 불 속 같은데
대장장이 팔뚝만한 것이
그 속을 푹푹 왔다갔다 하는데
불 속에서 참나무 쩌억쩌억 갈라지듯
뒤틀어오는 묵직한 것이
아, 내 속에서 뜨거운 해라도 빠지는 것인가
아픈 것인지 시린 것인지
더이상 견딜 수 없던 육신이 그만
보자기 풀리듯 스르륵 하더니
열린 몸에서 빨간 눈물이 쏟아지는데
니가 빨갛게 울더구나

언제 깼는지 달님이 니 얼굴을 명주실로 닦아서
헝크러진 내 품에다 놓는데
별하나가 반짝이며 새벽하늘에 걸리던 것을
아름답고 신비로운 밤이었단다
명주실을 감은채 니가 그렇게 태어났단다.

ㅡㅡㅡ
#너태어나던날 #그녀의웃음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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