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수작을 걸어오거든

by 정연우


수작을 걸어오거든 / 정연우


수작(酬酌)을 걸어오거든
계영배(戒盈杯)만큼만 마신다 하여라

허나, 그 앙증맞은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복숭아빛 마음이 술잔에 비친다면
술독에 빠져서 주도(酒道)가 뻘겋더라도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취(醉)하지 않을 것이나,
네 잔에는 그 마음을 곱하여 따를 것이다

이런 수작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술을 따르겠다
아무데서나 펼쳐 보일 수 없는 이야기가
그 수작 앞에서 진심이 된다면 나는 술을 마시겠다
어쩌면, 봄날이 더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게지!
부딪치는 술잔에 부귀영화가 다 무슨 소용이더냐!
그냥 그대로 그 어떤 이유라도 뜨거우면 되었지!
그것이 술이지!

흐드러지게 핀 봄날을 어쩌지 못해 마시는 술도
네 앞에서라면 다시 뜨거울 것 같지 않느냐!

하여, 계영배(戒盈杯)라 할지라도
넘침을 경계하여 마신다면
술이 수작질로 이어질 것도 없고,
마음에 꽃물 들 듯이
차분히 내 주량을 알아서 적당히만 마신다면
한번쯤은 수작 앞에서 해찰을 해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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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酬酌); 술 잔을 서로 주고 받거나 응대한다는 의미.
*계영배(戒盈杯);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경계(警戒)하기 위하여 특별(特別)히 만든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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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을걸어오거든 #마음에꽃물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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