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도 사랑을 한다 발목에 잡혀 묶여버린 인생이 치렁치렁 열려서는 한 세월을 벗겨내도 벗겨지지 않아 아예 떠날 준비를 하던 사람이
더 이상 체곗돈처럼 꾸어 올 기력도 없어서 물새 앉았다 간 자리에 앉아 어디서부터 버려야하는지도 모를 세월을 벗기다 그만 양파 속살에 미끄러져서는 세상에서 정물로 살땐 그리도 맵던 양파가 속으로 치닫을수록 달고 달아서 한번도 제대로 울어보지 못한 울음을, 이제와서 흘리는 눈물을 감추기에 적당하기라도 한 듯 양파를 씹어서 삼키는데 세월에 걸려 무릎은 닳고, 다리는 휘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었던 그것이, 핑계가 되어 야금야금 사랑을 하는데 다시 벗겨내야 할 세월만 겹겹이 쌓인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기력은 여전히 없는 듯, 하지만 그 사람이 사랑을 한다 목소리에는 단물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