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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애플 Jul 10. 2024

글쓰기 수업을 부탁해

나도 초등 작가

"에이, 제가 글쓰기 수업을 어떻게 해요. 의뢰는 감사한데 당황스러워요."

"아이들이 쌤 좋아하잖아요. 책도 냈고......  애들은 예쁜 쌤이면 돼요. 쌤 아니면 안 되니까 다시 연락 줘요."


이게 무슨 말인가? 정식 출간도 아닌 제멋대로 쓴 전자책 한 권 냈을 뿐인데, 글쓰기 수업을 하라니!


올해 초 '절대 일을 늘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고3 수험생 엄마 역할과 글쓰기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을 지키려고 일도 줄였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일이 들어온 것이다.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다시 생각해 보라는 상대방 권유에 예의상 하루만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난 오랫동안 결정장애를 겪었다. 부탁을 거절 못해 그 자리에서 바로 승낙했다가 페이가 맞지 않아 속앓이를 하거나, 일정이 빠듯해 떠밀려 일했다. 그게 점점 익숙해져 이젠 내가 이 일을 원하는지, 아닌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한계에 부딪히면 결국 일을 그만두고 그 자리를 회피했다. 불만을 표현하거나 개선해 보지도 않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벗질 못했던 것이다. 원하는 일이 들어와도 다른 사람의 강요로 시작을 하게 되면 만족감이 떨어져 일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더 이상 이런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결정장애를 극복하고, 가슴 뛰는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나만의 의식 루틴을 만들었다. 먼저, 책상을 깨끗이 닦고 흰 종이와 만년필을 준비한다. 심호흡을 깊게 3번 한 후, 내가 정한 기준을 통과하는지 점검한다. 이 루틴으로  결정장애를 극복했다. 나만의 팁을 공유한다.



글쓰기 수업 의뢰가 들어왔다. 어떤 결정을 할까?


현재 내 상황을 파악한다.

프리랜서 강사로 숲, 환경, 육아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처음엔 주어진 일을 가리지 않고 했지만, 경력이 쌓인 지금은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실력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얕은 깊이에 머물던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말하는 영감 받은 일인지 점검하기 위해 우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랄프왈도 에머슨의 가르침을 담은 책 <영혼이 이끄는 삶>



나에게만 들리는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영감 받은 일을 해야 한다.

열정 없이는 어떤 위대함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면의 소리 듣기.

잠시 책상에 앉아 조용히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일까?'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 못해 할 수 없이 하는 건가?' '아님 강의료 때문일까?' 여러 생각을 하던 중, 내가 평소 글쓰기 수업을 해보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음속으론 글쓰기 수업을 원했지만, '나는 할 수 없어'라고 단정 짓고 감춰둔 마음의 소리를 끄집어냈다.


두 번째, 가슴 뛰는 일인가. 

우선 계획서를 만들어 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계획서가 술술 써질 테고, 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완성하기 어려울 테니까! 책상에 앉아 생각만 해선 안 된다. 관련 분야의 자료를 만들거나 거울을 보고 모의 강의를 해보는 것이 좋다. 워드를 열고 표를 그리자 갑자기 두근거리고,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30분도 되지 않아 글쓰기 수업 계획서를 완성했다. 12주뿐 아니라 100개의 교안도 짤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그림책 표지가 슉슉 지나가면서 들려주고 읽어주고 알려주고픈 이야기들이 샘솟았다.



마지막으로, 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10여 년간 500회 이상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이 수업을 했고, 꾸준히 그림책, 동화책, 청소년 문학을 읽었다. 일 년에 100권~ 최대 300권의 책을 읽고 도서인플루언서가 되면서 책 리뷰를 쓰고 있지만, 독서에 관해선 인풋만 있고 아웃풋이 없다. 이제 저장해 둔 책의 힘을 꺼낼 차례다. 이번 글쓰기 수업을 통해 그동안 쌓아둔 노하우를 펼쳐볼 요량이다.


3가지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되어 글쓰기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초등 저학년이고, 대략 10여 명 정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가슴이 뛴다는 이유만으로 글쓰기 선생님이 되었다. 올 초 계획한 '올해는 일 쉬기' 목표는 무산됐지만 설렌다. 일복은 타고났다.



즉시 결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결정장애는 극복된다. 잠깐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자.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인가? 가슴 뛰는 일인가?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나? (경험을 쌓기 위해 보수가 적지만 일해보자. 등등) 이런  생각이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 남을 배려한다는 착각이 아닌 나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습관화되면 결정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일을 결정할 때 기준 3가지!

1. 내면의 소리 듣기

2. 가슴 뛰는 일인가?

3. 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나?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쓱쓱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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