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도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너 때문에'에서 벗어나는 법

by 로슬

어느날, 사내 긴급 공지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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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흡연구역 이외 흡연 금지 안내

안녕하세요. 안전보건관리팀에서 금연구역 준수 협조 요청드립니다.


금일 점심시간, 2층 야외 휴게공간 벤치에서 담배불씨로 인해 벤치가 그을리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야외 테라스나 화장실에서 흡연할 경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분들께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지정된 장소 이외에는 흡연을 금지합니다.


우리원의 흡연구역은 6층 옥상이며, 해당 구역에서만 흡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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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문을 읽고 옆자리 사수에게 말했다.

"공지 보셨어요? 사진도 있던데, 그을린 부분이 꽤 크더라구요. 큰일날 뻔 했네요."


사수는 이미 내용을 들었다며, 바람에 담배꽁초를 모아둔 유리병이 쓰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 같으면 공지문을 그렇게 쓰지 않았을 거야."


나는 의아했다. 공지를 읽으며 특별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아쉬우세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사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은 이쪽 편, 저쪽 편 나누는 문화가 있는 거 같아. 이 공지문도 흡연자는 피해를 주는 집단, 비흡연자는 피해를 받는 집단으로 나뉘고 있잖아.

미국에서는 '비흡연자에게 피해 주지마' 라고 말하지 않아. 대신, '벤치 뒤에는 산이 있어서 불이 나면 위험하니 지정된 곳에서만 흡연하자'고 말해. 즉, 규칙을 지키는 게 '너의 안전'과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말하는 거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먼저 설명하는 거야. 차이점 알겠어?"


사수는 말을 이어갔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주려 하기보다는, ‘이 행동이 왜 중요한지’와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하는 이유’를 알려서 스스로 행동하게 만드는 거야.”


그 순간, '문화충격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평소 뉴스에서 세대 갈등, 성별 갈등 등 갈라치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문제는 세대나 성별이 아니라 개인의 태도, 제도, 혹은 환경의 문제일 텐데’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나는 이 공지가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아마 이 공지를 쓴 담당자도, 회사 내 많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방식은 작은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흐름은 개인과 작은 집단을 넘어, 결국 한국 사회의 문화를 결정짓는다.


우리는 지금도 사소한 명분마저 '너 때문에'라는 말로 갈라놓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는 '너와 나, 우리를 위해' 라는 메시지가 더 자연스러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부터 시작해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