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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Feb 26. 2022

남편은 중요한 순간에 라면을 먹으러 갔다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은 긴 출산 후기 글

(이어서) 

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당직 의사 선생님이 나만 보고 계속 기다리고 계실 수도 없고 - 수술 결정을 안 하면 당직실로 올라가신다고 하셨다, 어차피 자연분만으로 가면 진행이 오래 걸릴 것이기에 -  만약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면, 무통주사도 맞을 필요가 없기에 관만 꼽아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진통은 진통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보호자 어디 가셨어요? 보호자와 빨리 상의해 보세요.' 


왜... 이 타이밍에 남편은 편의점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가...!! 사실 무통관까지 꼽아 놓고, 무통주사를 맞고 나면 좀 편할 것이니 더 늦기 전에 요기를 좀 하고 오라고 막 저녁식사를 보낸 참이었다. 


'여보, 지금 바로 와야 할 것 같아'

'왜? 나 지금 라면 막 먹고 있는데, 이거 다 먹고 갈게~~'

'지금 라면 먹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빨리 와~~!!!! ㅠㅠ'


다 먹고 왔는지, 먹던 젓가락을 놓고 내려왔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남편이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잠시 얘기한 후, 호출벨을 눌렀고 수술을 결정했다. 

사실, 이미 결정한 상황이었지만 나 혼자 그 떨리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었다 - 어차피 보호자가 수술동의서 작성도 해야 하니, 남편이 온 후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남편이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러 밖으로 나간 사이, 이미 수술 복장으로 준비를 마친 간호사 분이 수술부위 제모를 하러 들어오셨는데, 인터넷 후기에서 본 것처럼 이상하거나 굴욕? 적이지 않았다. 그냥 다시 한번 내 몸이 거대한 흐름(?)에 맡겨진 기분이었다. 나를 중심에 두고, 모든 상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나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있었다. 그런 나를 보시더니, 간호사분이 내 옆에 오셔서 손을 잡으시고 부드럽고 찬찬히 얘기해 주시기 시작하셨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놀라실 수 있으니, 지금부터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진행과정 설명). 그리고 수술실 들어가면 울면 안돼요. 갑작스럽고 두렵기도 해서 눈물을 많이 흘리시는데, 지금 여기서 눈물이 나면 다 울고 그러고 들어가요.'


'네.. 흐엉...ㅠㅠ'


드디어 티비에서 보던 장면처럼, 나는 수술실 안으로 그리고 남편은 대기실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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