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미국주식들과 안녕하다
아-주 전형적으로, 주식의 주 자도 모르다가 코로나 때 미국 주식을 시작으로 주식앱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던 나였다. 그 당시 마침 다니던 회사의 인센티브 + 인센티브 받은 달 퇴사하여 받은 퇴직금이 있어서 나름 비자금 아닌 비자금(?)이 되었고, 그렇게 게임머니 쓰듯이 평소 내가 좋아하는 회사들을 시작으로 몇 주씩을 야금야금 사 보았다.
'그래, 초심자는 욕심내지 말고 평소 본인이 좋아하는 회사나 관심 있는 분야부터 하는 거랬어'라는 생각으로 절대 망할 일 없지 라는 생각으로 스타벅스, 비록 나는 퇴사하였으나 뷰티의 대한 관심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라며 에스티로더, 나는 아이폰만 쓰니까 당연히 애플주식은 원픽이지! 꿈과 희망의 디즈니랜드는 꼭 한번 가고 싶다며 월트디즈니, 매일 쓰는 검색엔진과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지 라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가장 핫 한 종목인 테슬라까지.
약 2년의 시간에 걸쳐 주식들이 많이 오르고 아직 내 돈도 아닌 금액이 찍혀있는 걸 봤을 때는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내가 대견해 보였는데, 그랬던 순간들이 무색하게 가장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주식을 다 정리해야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이제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올 이사를 위해 들어가는 큰돈과 현재 주담대에 더하여 추가로 받아야 하는 전세자금대출금액을 줄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한 것. 고금리 시대에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현금을 끌어 모아서 보증금으로 넣고, 대출을 최소하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하필이면 지금은 내 육아휴직으로 남편은 사실상 외벌이고, 복직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근무시간을 줄여서 일할 계획이 있어서 기존소득보다 낮게 계획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처음 주식을 사기 시작할 때, 존리의 '금융문맹론'과 장기투자 철학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투자는 장기로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몰랐다. 결국 '주거'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에 사는 30대 부부는 여유롭게 노년의 부자를 기대하며 저 이국땅에 돈을 쌓기보다는 콤팩트하게 돈을 모아 급한 불들을 꺼야 하는 일이 아주 자주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투자의 꽃은 사는 게 아니라 파는 것이라는 명언(?)도 다시 한번 와닿았다. 결국 현금화되지 않고 둥둥 떠 있던 숫자들은 내 돈이 아니었던 것을! (주식도 부동산도 모두 포함)
아무튼, 재테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더 길게 적는 것도 우습겠지만, 오늘의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남편과 식탁에 마주 앉아 각자 핸드폰 주식앱에서 익숙한 회사들과 결별하고 먼가 허탈한 마음을 느꼈던 시간을! 과연, 내가 다시 여유롭게 이 회사, 저 회사 고르면서 살 수 있는 순간이 올까?!
안녕, 미국장아! 그래도 약 2년 동안 즐거운 기억만 줘서 고마워! 다시 심기일전해서 돌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