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정말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대학원 진학.
대학교 졸업 후, 해외 대학원 유학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하려 했지만, 준비도 계획도 부족했었다.
2번째 직장을 다니면서, 또다시 대학원 다니는 상상을 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직업을 바꾸게 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직장을 그만 둘 순 없고,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보고 지레 겁을 먹어, 그래, 사이버 대학원이라고 시작해 보자 하며 한 사이버대학교 MBA에 지원했다. 덜컥 합격하고, 1학기 등록금까지 냈지만, '역시, 온라인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고, 쿨 하게 1학기 등록금을 날리고, 뒤 돌아보지 않고 자동 제적(?) 되었다...
그러고 또 몇 년...
이직, 결혼과 함께 더 늦으면 정말 시작할 수 없다!라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나의 경력을 돌아보며 이제 어느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방향도 잡혔다.
사실, 그 전에는 정말 어찌 보면 대학원에 가고 싶어서 무슨 공부를 할지 정하려고 하는, 정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보다도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걸어왔고,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넘치는 사람이기에 하나에 '집중'한다는 것이 좀 어려웠다. 그러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직'이라는 형태로 커리어 변화를 겪고 나니, 내가 다음 다다음 커리어를 그려갈 방향이 조금은 좁혀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대학원의 '대'자만 꺼내도 옆에서 거품 물며 반대하는 친구가 있다. 바로 석사 출신 내 남편이다. 이야기는 조금 거슬러 올라가는데, 사이버대학교 MBA 과정에 지원, 면접 그리고 발표까지 같이 했던 그 당시 남자 친구는 (현 남편) 이미 그때도 나에게 많이 경고(?) 했었다. 대학원이 쉬운 게 아니다, 직장 다니며 병행하면 힘들 거다, 온라인은 더 힘들 수 있다 등등. 그러나 나는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다른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왜 내가 하려는 것에 항상 브레이크 거는 거냐, 사람이 부정적이냐, 왜 나를 못 믿냐.'...
나는... 한 학기도 채 마치지 않고 과정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 이후, 나는 대학원에 대한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 옆에서 으르렁 하는 남편에게 깨갱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본의 아니게 더 처절(?)하게 대학원에 가고 싶은 이유와, 적합한 과정과 결심을 더 날카롭게 벼려야 했다. 그렇게 아주 현실적으로 (경제적, 상황적 등등) 도전해 봄직한 학교와 학과를 선정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결재를 올렸다. 나의 수년간의 심리상태와 이런 노력을 가상히 여겼는지, 남편은 오케이 하고, 그때부터는 적극적으로 지원부터 면접까지의 과정을 도와주었다.
면접일이 평일인 관계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에 대학원 진학 커밍아웃까지 미리 하게 되고 (다행히 이사님은 흔쾌히 축하해 주셨다), 학교까지의 거리가 애매해서 남편 차로 운전하고 통학하기로 결정하고, 운전연습을 정말 열심히 하면서 준비했던 대학원 개강!
그러나... 세계가 멈춰버린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오티가 취소되고, 개강이 미뤄지고 급기야는 온라인으로 개강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우울했다. 나의 암울했던 지난 사이버대학원 실패(?)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20학번 대학교 새내기를 떠올리면, 내 우울함은 아주 작을 것이라고 위안했다. (코로나 신입생들 같이 힘냅시다!)
하지만 마음가짐과 여러 상황이 달라져서 인지, 오늘 첫 온라인 개강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선, 첫 강의는 라이브 세미나로 진행되었는데, 교수님이 철저하게 잘 준비해 주셔서 17명의 학생들이 모두 잘 접속하고, 얼굴 보고 인사도 하고 자기소개도 나누었다. 어쩐지 앞으로 몇 주간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다가 초여름 즈음 얼굴 뵙고 만나게 되면 어색하면서도 반가운 그런 재미난 느낌이 들 것 같다.
내가 상상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산과 물을 넘어 드디어 시작했다! 어찌 보면 모든 게 멈춘 것 같은 이 시기지만, 그럴수록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간들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며 즐겁게 걸어 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