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로지 Dec 22. 2021

저도 첫 출산휴가라서

인사팀이지만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2010년 졸업과 동시에 일을 시작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며 달려왔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출장의 기회든, 여행이든 되는대로 비행기에 자주 오르려고 했고 미래의 나는 그 어느 흥미로운 나라에서 다문화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상상을 했었다. 


그러다가 대구 사투리를 멋들어지게 쓰는 친구를 만나서, 지극히 평범한 생애주기를 거치며 (연애 - 결혼 - 임신 - 곧 출산) 대한민국 경기도 오산시에 첫 보금자리를 틀었다. 물론, 그 사건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또 여러 편의 글을 무난하게 쓸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멀리 보면 무사 무탈 히 지난 6-7년을 지내 온 것 같다. 


임신 과정은 쉽지도, 그렇다고 눈물 콧물 뺄 만큼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겪지도 않았다. 속도위반하지 않고, 여느 혼기가 꽉 - 차서 결혼한 커플이 그렇듯 부부의 자연스러운 노력과, 약간의 의학과 한의학의 도움 및 양가의 기도를 통해 결혼한 지 1년 6개월, 그리고 정식으로 합가 한지 10개월 만에 아기천사가 찾아왔다. 


나는 스웨덴에 뿌리를 둔, 가정친화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모든 회사들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곳에 이직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가치는 '임신 및 출산'이후의 나의 일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곳 인지였다. 나는 지독한 워크홀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커리어가 없는 나 자신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삶의 많은 인정과 보람을 일을 통해서 느껴왔고, 일반 인간관계에서는 부족했을 인간적인 성숙도 많이 이루었다. 그렇다, 나는 일하는 나의 모습도 참 사랑하고 애정 한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은 외국계 리테일 특성상, 인사팀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직원들의 임신 및 이후 수반되는 과정을 보아왔다. 하지만 인사팀도 아주 다양한 업무 스펙트럼이 있는 만큼, 내가 주로 해 온 업무는 교육 및 현업과 가까이 다양한 비즈니스 결정들을 내리는 부분이었지, 구체적으로 복리후생 담당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인사팀에 누군가 항상 복리후생 관련, 답변을 해 주고 절차를 처리해 주던 팀원이 있었고, 나는 내가 담당하는 팀에 생긴 변동사항에 대해 알리고,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직접 복리후생 담당자를 연결해 줄 뿐이었다. 


자, 이제 나의 차례가 되었다. 


Q1. 출산 휴가 신청은 어느 시점에 어떻게? 

- 아, 그건 시스템을 통해서 접수하면 된다. 

Q2. 그럼 출산 휴가 중, 내 급여는 어떻게 되는 거지? 

- 우리 회사는 출산 휴가가 6개월이니, 6개월 동안 정상 지급되지 않을까? 

Q3. '정상 지급'이라고 하면, 내가 아무 짓을 안 해도 6개월 동안 급여 통장에 현재 급여가 들어오는 건가? 

- 음....

Q4. 만약 고용보험? 고용공단? 에 무엇을 신청해야 하면 멀 어떻게 신청해야 하나? 

- 우선 내가 먼저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자!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먼가 개운하지 않아, 우선 우리 회사에서 정확한 내용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복리후생 담당 팀원에게 부끄러운 운 메일을 보내본다. 

'제가...ㅎㅎ 명색이 인사팀인데 직접 겪어보지 않으니 정확한 내용을 모르네요...'라고 시작하는... 으앗!

메일 전송 버튼을 눌러놓고, 손을 부비부비 하며 잠시 모니터를 멍 - 하니 보고 있었다. 


아니, 인사팀이라고 모든 걸 다 알 순 없잖아? 암암, 그렇고 말고. 


또 다른 어려움은... 남들 다 하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워낙 아이를 낳고 복귀하여 잘 업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래도 모성보호휴가에 대해 긍정적이고 지원해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조직에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면서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 긴 career break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점부터 먼지 모를 불안감과 초조함이 시작되었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을 쉰다는 의미는 멀까. 지난 10여 년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내가 그 준비가 되어있나? '엄마'라는 존재가 된다는 생물학적 의미 말고도, 나는 사회적인 의미로도 나에게 곧 어떤 변화가 닥칠 것 인지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바쁘게 해야 했다. 워킹맘 선배님들의 조언에 따르면,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아이가 태어나면 바쁘다고 하는데, 아직 경험해보지 않는 나로서는 이 두 가지 모두가 아직 혼란스럽고 어려울 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백날 연애를 책으로 배워봤자 눈물 콧물 쏙 빼는 찐 연애 한 번 해 본 경험을 못 따라가듯이, 그간 인사팀으로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해왔지만 내가 스스로 첫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거치면 제도나 과정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더 속 깊어지는 인사담당자가 되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