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로지 Dec 25. 2021

미니멀리스트 지망자와 출산준비

그 엄청난 간극...

나는 꾸준한 미니멀리스트 지망자다 - 즉, 아직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라는 점.


내가 아무리 이렇게 얘기를 해도 남편은 '미니멀리스트 지망자의 집이 이 상태인가?' 하고 반문한다. 그러고 나면 나는 '깨갱'... 그다음 대꾸는 '그런 삶은 지향하면서 실천해 나가는 거지!'. 

간단히 사족을 붙이자면, 우리 둘 다 자취하던 살림들을 합치니 집안에 워낙 잡동사니가 많다. 그렇다고 쉬이 버릴 수도 없는, 각자의 삶의 때와 그리고 어느 정도 기능들이 모두 남아있는 머 그런 것들!


출산 및 육아용품 준비는 기존의 지출과는 전 - 혀 다른 종류의 소비 결정이었다. 누구를 위한 소비냐? 바로 아직 태어나지도, 대면한 적도 없지만, 무조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할 우리의 베이비를 위한 물건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이 아닌가! 기존의 나를 위한 소비는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되지 혹은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하며 넘겨 왔다면, 현재의 모든 품목들이 아주 다른 강력한 이유로 자신들의 필요함을 소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참으로 거절할 수 없다. '복복이(태명)를 위한 거야.........!!' 


현재 집-회사 말고는 별다른 네트워크가 없는 나로서는, 출산 및 육아에 관한 많은 정보를 대부분 네이버 카페 및 유튜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 또 코로나 여파로 대부분 혼자 있어서,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검색과 브라우징에 투입하고 있기에! 그 안에는 정말 얼마나 많은 완벽한 엄마들이 많은지... 또 육아는 템빨이라는 불변의 진리(?) 아래, 각 아이템별 기능과 효용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사실, 이런 혼란은 임신소식을 안 순간부터 이미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워낙 알아보고 비교해 보는 것을 싫어(질려)하는 나, 그리고 평소 이런 것에 강한 사람들도 무릎 꿇려 버리는 엄청난 신세계의 출산/육아 템 시장.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우선 '미루기'였다. 


실제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처음에 멋도 모르고 사놓은 것들이 결국 쓰지 못했다, 혹은 기능이 중복되어 굳이 필요가 없었다 하는 것들이 많았다. 사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사려고 마음먹고 나면 늦어도 2-3일 안에 내 손에 거의 대부분 받아 볼 수 있는 때이지 않은가! '저는 조리원에서 샀어요 호호', '샘플 등을 써보고 아이 반응을 보고 사도 늦지 않아요' 등등 얼마나 힘이 되는 댓글도 자주 보이던지!


이렇게 보면, 회사에서 일상적으로 내리는 결정은 비교적 얼마나 쉬운 지 새삼 깨닫게 된다. 거의 대부분 결정들에 history 가 있거나, 정확히 일치하진 않아도 유사 케이스가 있고, 물어볼 특정 사람들이 있고 또 틀 안에서 결정하면 된다. 출산/육아에 관한 선택은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에 대한, 난생처음 해 보는 오롯한 나의 결정이고, 남의 히스토리도 워낙 variation 이 커서 어디서 어떻게 인용해야 할지 모르겠고, 예산도 규격도 없다. 


참... 미니멀리스트 지망자로 사는 것도 어려운데, 대한민국에서 출산과 육아를 해 나가야 하는 예비엄마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도 첫 출산휴가라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