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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Dec 30. 2021

집안일은 운동이 아닙니다!

걷기 운동해야 돼, 엄마!

' 자, 이제 애기가 언제나와도 정상분만이에요. 운동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 아직 운동은 제대로 못하고, 집에서 집안일로 많이 움직이고 있는데....'

' 집안 운동이 아니에요. 운동하셔야 해요 운동. 최소 하루에  시간 이상은 걸으셔야 합니다'

    '아... 혹시 1월이 예정일인데, 혹시나 운동을 많이 하면 12월에 나올까 봐...ㅠㅠ... 1월 딱 되면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걸으려고요'

' 엄마, 지금 엄마 말은 어떤 말이냐면, 5등 안에는 들으셔야 해요~라고 말했는데 혹시 1등 할까 봐 공부 안 시키려고요 하는 거랑 똑같아요. 애가 힘 몇 번 주고, 그럼 나오는 게 아니에요. 지금 아주아주 중요한 시기니까 지금부터 정말 시간을 잘 보내셔야 해요.'

    '네... ㅠㅠ... 잘 알겠습니다'

'지금 엄마 정신 똑바로 잘 차려야 해요. 출산준비를 잘해야 하는데, 지금 평균 이하야. 알겠지요? 다음에 올 때까지 운동 잘해서 오세요.'

    '네... ㅠㅠ... 잘 알겠습니다'


 항상 병원에 오면, 복복이가 잘 크고 있다, 정상이다 라는 좋은 이야기만 듣고 나왔는데, 오늘은 복복이의 상태와는 별개로 산모 입장에서 의사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고 왔다.


'여보...ㅠㅠ.. 나 평균 이하 산 모래... 어디 가서도, 멀 해도 평균 이하라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너무너무 속상해. 엉엉엉'


나는 괜히, 그 옆에서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에게 나와서 찡찡대 본다.


현재 새로운 코로나 방역지침 아래, 미접종자(나)는 카페나 식당을 혼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오전 병원 진료 후,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정리하고 가던 1층 카페도 못 가고, 단골로 가던 맛있는 이탈리안 화덕 피자집도 못 가니, 기분 전환할 기회도 없이 조금 우울한 기분으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사실 12월 생이니, 1월 생이니 하는 얘기는 몹쓸 핑계였다. 단지, 회사를 출근했던 11월까지의 기간은 편도 1시간의 운전이 너무 고되다는 핑계로, 그리고 쉬기 시작한 12월부터는 먼지 모를 무기력감과 귀차니즘이 너무나도 강력하게 나를 감쌌다. 거기다 코로나 상황에 임신으로 인한 미접종 상태에서 나는 사회적으로도 고립되고, 나 스스로 그리고 가족들도 외출에 대한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육아휴직을 시작한 만삭의 임산부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선생님의 충격요법(?)은, 그래도 적절한 타이밍에 나에게 채찍질이 되었다.

'그래, 내 감정, 내 상황도 있지만, 지금 시기가 나와 복복이한테 너무 중요한 것도 맞지. 하루 꼭 운동 루틴을 지키면서, 다른 생활도 중심을 찾아보자!'


사실, 지금 사는 곳은 운동이나 산책을 하기에 마땅히 좋은 조건은 아니다. 큰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면 주변에 공원이나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는 않은 것. 그래도 그 이후로, 하루에 한 시간 정도씩 바깥바람도 쐬고, 옷도 챙겨 입고 나가고 (세수는 안 하고 나갈 때도 많다 - 마스크가 있지 않은가!), 이제 지퍼는 잠기지 않는 롱 패딩에 똑딱이 단추를 채우고 필요한 장도 보고 잠시 카페에도 앉아 가벼운 책이나 노트북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복복아! 엄마도 무기력하고 힘들어도 노력할 테니, 우리 복복이도 머리를 엄마 골반에 잘 끼워(?) 보고, 나올 준비도 슬슬 하고 있으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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